“뇌와 장은 서로 긴밀히 소통한다”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와 장이 연결돼 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불안증이 있으면 위와 창자 등에 문제가 발생하고, 반대로 장 질환이 있으면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뱃속부터 찌릿찌릿하거나, 긴장했을 때 위장이 울렁거리는 것을 경험했다면 이는 소화기관 속에 숨겨진 ‘제2의 뇌’로부터 신호를 받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제2의 뇌’는 장 신경계(ENS)라고 말한다. 장 신경계는 식도부터 직장까지 소화기관을 따라 늘어선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두 개의 얇은 층이다. 이 ‘제2의 뇌’는 소화와 기분, 건강 그리고 심지어는 사고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과 뇌 신경계는 연결돼 있다

두개골 속 큰 뇌와 달리 장에 있는 뇌는 계산을 하거나, 연애편지를 쓰게 하지는 못한다. 장 신경계의 주된 역할은 음식을 삼키는 것에서부터 분해하는 효소의 방출, 그리고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 혈류의 조절과 제거에 이르기까지 소화를 조절하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신경소화기병학센터 소장인 제이 파스리차 박사는 “장 신경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뇌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심오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장 신경계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변비나 설사, 팽만감, 통증, 소화불량증과 같은 기능성 장 질환에 대처하는 사람들에게 큰 감정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이런 장 질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즉, 소화기관의 자극이 중추신경계(CNS)로 신호를 보내 기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파스리차 박사는 “이런 사실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기능성 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발생하는 비율이 정상보다 높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경우 인구의 30~40%에서 기능성 장 질환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지행동치료로 장 질환도 고친다

장 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연결고리에 대한 이해는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치료법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장 질환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전문가들은 “두 개의 뇌가 서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한 쪽을 치유하는 치료법이 다른 쪽에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위장병 전문의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를 위해 특정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다. 이는 모든 문제가 환자의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항우울제가 어떤 경우에는 내장의 신경세포에 작용함으로써 증상을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약품뿐만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같은 심리학적 중재법도 큰 뇌와 장 속 뇌 사이의 소통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뇌와 장 사이의 연결망에 대한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소화기 계통의 신호가 신진대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제2형 당뇨병과 같은 건강 상태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높이거나 줄이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건강에 좋은 음식

이와 관련해 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좋은 식품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우선 콩류가 있다. 전문가들은 “검은콩, 강낭콩, 그리고 렌틸콩 등 다양한 콩 종류는 위장관을 통해 작용하고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와 함께 작용해 소화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섬유질 공급원이다”라고 말한다.

콩과 함께 장 건강을 위한 식단에 더 많이 포함돼야 할 식품으로는 딸기류가 있다. 딸기류는 섬유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며 위장관의 염증을 줄여주는 항산화제와 비타민C가 풍부하다.

또한 발효 음식은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요구르트나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이 많이 포함된 식단은 미생물 군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염증을 낮추며, 면역 반응을 향상시킨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류도 다양하게 많이 섭취해야 하고, 물을 충분하게 마셔야 한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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