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낮잠이 ‘독’이 되는 경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낮잠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적당한 낮잠은 건강에 좋고 하루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래 자는 낮잠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렇다면 낮잠은 얼마나 자야할까?

◆ 낮잠을 자면 안 되는 경우

밤에 1) 잠들기가 어렵거나 2) 잠은 들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깨는 경우 3)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수면장애(불면증)를 의심할 수 있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수면 부족 상태가 된다. 낮에 졸음,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을 초래해 일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낮잠을 아예 자지 말아야 한다.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면 낮에 피곤하고 졸릴 수 있다. 이 때 낮잠을 자면 다시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악순환이 일어난다(질병관리청).

◆ 1시간 이상의 낮잠...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34% 증가

60분 이상의 낮잠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30% 이상 높인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해보자.  31만 3651명을 대상으로 한 20개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논문이다(2020년 유럽심장학회). 그 결과 밤에 6시간 이상 잠을 잤는데도 낮잠을 1시간 이상 잘 경우 모든 사망원인의 위험성을 30% 이상 높였다. 특히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은 34%나 높아졌다.

특히 65세 이상의 경우 1시간 이상의 낮잠이 조기사망 위험을 19%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향은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긴 낮잠이 체내 염증 수치를 늘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에 하루 30분 이하의 낮잠은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같은 질병 발생 위험과 상관이 없었다.

◆ 나이 들어 1시간 이상 낮잠... 알츠하이머병 위험 40% 증가

하루에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노인은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릴 위험이 40% 더 높다는 것을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지난 17일 알츠하이머협회(AA)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발표된 논문이다. 낮잠시간이 늘어날수록 기억력과 사고력도 더 빨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벼운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은 낮잠 시간이 2배 이상 늘었고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3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도한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미쳐 24시간 단위의 생체 리듬에 교란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 밤에 잘 잤다면 낮잠은 30분 이내... 오후 2~3시가 적당한 시간대

유럽의 일부 지중해 연안 국가나 라틴 문화권 국가에서는 ‘시에스타’라는 낮잠 시간이 있다. 시에스타의 시간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낮잠은 30분 정도 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 정도의 짧은 낮잠이 컨디션을 회복하고 지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야근 등으로 밤에 충분히 자지 못했다면 낮잠을 더 잘 수는 있을 것이다.

밤에 6~8시간 푹 잤다면 다음날 낮잠은 20분~30분 이내가 적당하다. 이 정도의 짧은 낮잠은 컨디션을 올리고 기분 전환에 좋다.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5분~10분 정도의 토막잠이나 잠시 눈을 감고 있어도 심신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좋다. 낮잠에 드는 시간대는 오후 2~3시가 적당하다. 점심 식사 후 몸을 움직였다면 혈당이 내려가고 어느 정도 소화가 된 상태다. 개인차가 있지만 낮잠 뿐 아니라 밤에 10시간 이상 자는 과잉수면도 건강에 좋지 않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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