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지금? (연구)
과거엔 노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늙으면 병약해지고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영국에서 65세 이상 1만5000명의 노인 대상 연구에 의하면 현대의 노인은 과거에 비해 더 오래 살 뿐 아니라 활기차고 독립적 삶을 잘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PLOS) 의학》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뉴스 웹진 ‘헬스 데이’가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영국 뉴캐슬대의 캐럴 재거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가지 노화 연구 중 하나에 참여한 65세 이상 영국 성인 1만5000여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나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다른 하나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것이다.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노인의 기대 수명은 더 길어졌다. 남자는 평균 5년, 여자는 2년 정도 늘어났다. 또 그렇게 연장된 수명의 대부분을 장애 없이 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큰 불편없이 집밖을 돌아다니며 일상적 생활을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장애 활동기간은 신체적인 건강 상태에 상관없이 길어졌다. 심장병, 당뇨병, 관절염, 시력 및 청력 장애와 같은 질환을 앓는 노인들 모두에 해당했다. 특히 뇌졸중환자의 개선효과가 뚜렷했는데 그들은 뇌졸중을 겪고 나서도 3.5~4.3년간 무장애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매환자의 경우 무장애 활동기간이 늘어난 만큼 장애 활동기간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무장애 활동기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여성은 남은 수명의 40%를 장애 없이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1991년의 52%보다 줄어든 것이다. 여러 가지 건강 지표 중 상대적으로 비만은 더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거 교수는 “이번 연구의 주요 메시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이 오랫동안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활기찬 노년의 황금기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성 만성질환의 치료 효과가 개선됐을 뿐 아니라 생활습관과 환경의 변화도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뇌졸중, 관상동맥 심장병, 당뇨병과 같은 질환 치료가 훨씬 더 좋아졌고 더 이른 시기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흡연율이 낮아진 것 역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생명노화 연구소의 에스미 풀러-톰슨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노인이 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치매에 걸린 노인을 제외하곤 노인의 비장애 활동기간이 대부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이번 연구에선 2011년 노인성 치매가 1991년 에 비해 30%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러-톰슨 교수는 자신의 최근 연구에서도 기억력과 사고에 관한 문제를 보고한 노년층 미국인의 비율이 2008년 12% 이상에서 2017년 10%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뇌 손상을 더 잘 견뎌낸다는 ‘인지 비축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풀러-톰슨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뇌졸중 치료의 발전이 뇌 손상과 그에 따른 장애를 줄여줬으며 흡연 감소와 더불어 혈압 조절의 개선, 고관절 골절의 감소 역시 노인의 삶을 질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lz-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alz.12636)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