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비싼 이유가? “업체 담합” vs “배달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 닭볶음탕 등에 쓰이는 냉장 닭고기(육계 신선육) 공급 업체들이 12년 동안 ‘담합’을 해왔다며 총 175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생산량·출고량과 육계 생계(생닭)의 구매량을 담합한 하림, 올품 등 16개 제조·판매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가운데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 업체는 검찰 고발도 결정됐다. 이들 16개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7% 정도나 된다.
공정위는 16개 업체가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모두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출고량, 생산량, 생계 구매량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들이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산정 요소인 생계 시세, 운반비, 염장비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육계 신선육 냉동비축량(출고량) 및 병아리 생산량 조절 등 여러 담합 수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재차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6년에도 하림 등 15개 업체들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6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재차 발생한 담합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하고 국민 가계 부담을 증가시키는 생계 위협형 담합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이 필요한 축산업 특성상 정부와 협의해 병아리 감축 등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10년 치 영업이익을 다 내도 감당이 안 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출고량·생산량 조절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주장한다. 닭고기 수급 조절 과정에서 농식품부와의 협의도 거쳤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연재해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을 막고, 농가 보호를 위해 농·축·수산물 수급 조절에 나설 수 있다.
업체들은 “공정위가 담합으로 지적한 것도 이런 수급 조절 차원”이라고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점이 없고, 정부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육계협회는 “이번 처분으로 인해 국내 사육 농가가 먼저 피해를 입게 된다. 수입 닭고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닭고기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는 치킨 값 상승은 인건비나 배달 수수료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