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헷갈리는 ‘치매 전 단계’ vs. ‘정상 노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 등 소지품을 어디에 놔뒀는지 망각하기 일쑤다. 약속을 계속 놓친다. 대화하다가 생각의 흐름을 자주 놓친다.

이런 경우 노인들은 '깜빡함'(건망증)쯤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이 ‘깜빡함’이나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가 결코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인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에 속한다. 경도인지장애는 노화 관련 쇠퇴와 알츠하이머병 사이에 해당되는 단계다.

나이가 듦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정신적 쇠퇴와 알츠하이머병의 더 심각한 퇴행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이상 징후(가벼운 인지장애)라는 뜻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12~15%가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고, 이 가운데 10~15%가 매년 경증 치매로 발전하며, 그 중 약 50%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악화된다고 미국 의료계와 알츠하이머병협회는 추산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82%가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보도했다.

알츠하이머병협회 마리아 카릴로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은 ‘깜빡함’처럼 보일 수 있으며,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은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거나 특정 단어를 종종 쓴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경도인지장애는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돼 경증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기억 상실의 초기 단계"라고 강조했다.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55%가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증상이 ‘정상적인 노화’처럼 들린다고 답변했다.

카릴로 CSO는 “가벼운 인지 장애가 일단 일상생활을 방해하기 시작하면 경증 치매로 넘어가고 있다고 봐야 하며, 전문의는 이를 정상적인 뇌 노화와 구별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증인지장애의 치료가 가능한 것은 수면 부족, 영양 부족, 기분 장애, 경증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과 무관한 기타 의학적 이유로 경증인지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타민 B12 결핍은 경증인지장애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 비타민12 주사로 치료할 수 있다.

경증인지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인지 기능이 낮아지는 초기 단계에 투여돼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는 경증인지장애 및 각종 치매의 치료제로 104개 약물이 임상시험 등을 통해 평가(2022년 2월 기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특별보고서의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약 40%는 경증인지장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약 4분의 3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제를 앞으로 10년 안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의약품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는 답변도 약 52%나 됐다.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등 각종 치매로 인한 사망자가 17%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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