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이유는 '이것'
음주 후 심한 후유증을 겪을 때마다 “이제 술을 끊어야지...” 결심하지만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프고 ‘필름’이 끊기는 것일까?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왜 나만 그럴까?
우선 술의 성분부터 분석해보자. 술은 주로 물과 에탄올(에틸알코올)로 구성돼 있다. 에탄올은 술의 주성분이라고 해서 주정으로도 불린다. 음주 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은 에탄올(C2H5OH)로 인한 것이다.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에탄올은 우리 몸 안의 독극물 분해 장소인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와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경될 때는 개인 차가 없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트산으로 바뀌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머리를 아프게 하고 속을 쓰리게 하는 숙취 물질이다. 독성이 강한 물질이므로 이를 빨리 분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술 실력’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취기를 느끼는 사람들은 알코올 분해효소 능력이 낮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몸속에 더 많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들어내므로 다음날 골치가 더 아프고 속이 쓰리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두통 등 숙취의 주요 원인일 뿐 아니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기도 하다. 음주가 원인이 돼 생길 수 있는 암으로는 간암 뿐만 아니라 구강암, 식도암, 대장암 등 소화기계통 그리고 유방암을 들 수 있다. 술이 약한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면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것은 의학용어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 한다.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의학계에선 에탄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기보다는 신경 세포들 사이의 신호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겨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탄올이 뇌의 새로운 사실을 기억시키는 특정한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해 뇌의 신경 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활동이 멈추게 된다. 따라서 뇌의 신경 세포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고 빈 공간으로 남게된다.
음주 후 “어떻게 집에 갔는지 기억이 전혀 안나...” “내가 실수한 것 있나?”를 습관처럼 묻는 사람들은 블랙아웃 증후군을 겪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은 “블랙아웃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초기엔 뇌의 기능에만 문제가 생길 뿐 구조적 변화 없이 다시 원상회복된다. 그러나 필름 끊기는 일이 계속 이어지면 뇌에도 영구 손상을 초래해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치매는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술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가 주요 원인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10% 정도인 알코올성 치매는 과음 등으로 인해 뇌의 기억 전반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알코올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료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노인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을 음주 탓으로 여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주량에 맞게 술을 마시는 것이다. 술자리 때 마다 2차, 3차를 거듭하면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술을 섞어 마시지 않고 빈속 음주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