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수명 차이가 줄어드는 이유는?
[박문일의 생명여행] ⑨남녀 기대수명의 변화
남녀의 수명 가운데 여성의 수명이 더 긴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의 수명은 남성보다 평균 8% 더 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인구통계지표》 2016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어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71.4세다. 남자아이는 69.1세, 여자아이는 73.8세다. 4.7년 차이다. 우리나라에선 남자 78.8세, 여자 85.5세로 여성이 6.7년 더 길었다. 1985년 남녀의 수명 차이는 8.6세이었으니 2년 정도 격차가 줄어들었다. 통계청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남녀의 기대수명은 각각 80.5세 및 86.5세로 약간 상승했다. 그런데 그 차이는 6세 차이로 다시 줄어들었다. 필자는 이렇게 차이가 줄어드는 경향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런데 ‘왜 여성이 더 오래 살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의사들조차 바른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은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남녀의 탄생 순간에서부터 살펴보면 출생 후 유아 시절까지 남아보다 여아의 생존율이 높다. 이런 사실은 일단 여성의 기대수명을 높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 다음은 여성 성염색체 X와 관련된 설이다. 덴마크의 카레 크리스텐센(Kaare Christensen)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 있어서 둘 중 수명 연장에 유리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남자는 X염색체가 하나뿐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녀의 사회적 및 행동적 차이가 여성을 더 오래 살게 한다는 이론도 있다. 미국 CDC(질병 통제센터)에 따르면 남성들이 흡연, 음주 및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여성보다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어떤 질환이 진단되면 남성이 여성보다 의사의 조언을 덜 따른다고 하며, 남성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난폭한 자동차 운전, 싸움 또는 총격전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사태도 남녀의 행동적 차이의 결과를 시사해준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중 남성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았다. 뉴욕타임스 2022년 1월 19일자 기사로 하버드 대학의 젠더사이(GenderSci) 연구소 사라 리처드슨 소장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발병 초기 남성 사망률이 확연히 높았다. 연구진은 남녀 간 사회적 및 행동적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운송, 공장, 농업 및 건설 분야 현장에서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은 크지만, 여성보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잘 준수하지 않아 감염위험이 더 커진다. 백신도 여성보다 덜 접종받는다. 이 후 남성들에 대한 이러한 요인들이 해결되면서 사망률 격차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요인들을 조사해 볼 만 하겠다.
생물학적으로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차이가 그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면역 체계의 감소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남성은 내장 주변에 더 많은 지방이 있는 '내장비만' 경향이 있는 반면에, 여성은 피부 바로 아래에 더 많은 지방을 가지는 '피하 비만' 경향이 많다.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작용결과인데 내장비만은 피하비만보다 심혈관 질환을 훨씬 더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남성의 수명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수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인하대 의대 민경진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 박사 등이 조선시대 환관 족보인 《양세계보》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고환이 제거된 환관이 동시대의 양반보다 15년 이상을 더 살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6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왕들의 수명은 평균 47세이었으며, 양반가 남성들은 평균 51~56세였던 반면 환관들(81명)의 평균 수명은 70세였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수명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은 일생 동안 남성보다 질환 발생률, 의사 방문율 및 입원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즉, 역설적으로 여성은 수명이 길기는 하지만, 남성보다 전반적인 신체 질환 발병률은 높은 것이다. 따라서 여성수명이 긴 것은 어느 나이에든 질환에 노출된 경우 남성보다 더욱 강인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으로 연결된다. 그 이유로 현재 많이 지지되고 있는 가설은 여성의 ‘산화(Oxidative) 스트레스’가 남성의 그것보다 낮다는 것인데 물론 향후 더 연구돼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여성의 성염색체, 사회적 및 행동적 차이, 생물학적 및 호르몬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여성수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많이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원인들이 많다는 것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각 요소들의 상대적 기여도가 얼마나 강한지도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또한, 생물학적 성차이가 사회의 문화적 영향, 남녀의 행동적 차이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도 미진하다.
의사들이 여성수명이 왜 높은가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조건에 따라 남성의 수명이 크게 바뀌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만약, 남성에서의 생물학적 호르몬 차이를 보상하고, 미국의 코로나 팬데믹 후기 관리처럼 남녀의 사회, 행동적 차이를 교정하면 사망률 차이는 근접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길게 보면 남성과 여성의 수명 차이도 더 좁혀질 수 있다고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나라 남녀의 수명 차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통계수치도 남성들의 희망적인 기대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는2년차이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자연사보다 사고사할 확률이 높고 생겨부담 때문 스트레스가,높은점도 한 요인이다. 부자가 더 오래사는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