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뉴스, 아이들에 트라우마 남긴다 (연구)
아이들은 재난 상황을 뉴스로만 접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대 등 연구진은 2017년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irma)를 전후해 9~11세 아동 400명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피해 지역인 플로리다와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샌디에이고에 사는 어린이를 비교했다.
플로리다와 4000km나 떨어진 샌디에이고 어린이 중 일부가 피해 지역 어린이와 비슷한 PTSD 증상을 보였다. 잠을 못 자거나, 기억력 장애가 발생하고, 잊고 싶은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떠올라 괴로워했다.
TV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접한 허리케인 소식 탓이었다. 뉴스를 많이 접한 어린이일수록 증상은 더 심했다.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로 뇌 활동을 살핀 결과, PTSD 증상이 심한 아이들은 편도체의 반응이 두드러졌다. 편도체는 공포와 잠재적 위협을 관장하는 뇌 부위다. 이 어린이들은 감정적 흥분을 가라앉히는 안와전두피질의 활동도 부진했다.
앤소니 딕 교수는 “아이들은 안전에 대한 감각이 덜 발달한 데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재난 관련 뉴스들은 TV 등 전통적 미디어보다 시각적으로 더 자극적인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부적절한 재난 뉴스를 접하지 않도록 부모가 살펴야 한다”면서 “선정적인 재난 뉴스가 나오는 TV나 소셜미디어를 아이들 앞에 끊임없이 틀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Neural vulnerability and hurricane-related media are associated with post-traumatic stress in youth)는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이 싣고, ‘워싱턴 포스트’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