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 체한 것처럼 답답하면 위 아닌 ‘이것’ 문제
체한 느낌이 들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이 ‘위’다.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에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위내시경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명치 부분이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통증이 있다면, 담석증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담석은 담낭(쓸개)에 생긴 결석을 말하는데, 담낭은 간 아래쪽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기관으로 담즙을 보관하는 곳이다. 담석은 심한 복통이나 소화불량뿐만 아니라 담낭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만약 기름진 음식을 먹고 명치 부분이 체한 것처럼 답답하다면 담석증을 의심할 수 있다.
◆ 담석 생기는 이유
담즙은 보통 하루에 0.5~1.0리터 정도 만들어지고 농축된 액체 상태로 담낭에 보관되어 있다가 십이지장으로 분비돼 지방 흡수를 돕는다. 담즙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는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이 있는데 이것이 담낭 안에서 굳어져 고체 상태로 변하면 담석이 되는 것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현종진 교수에 따르면, 담석은 크게 콜레스테롤로 인해 생기는 콜레스테롤 담석과 빌리루빈으로 인해 생기는 색소성 담석으로 나뉘는데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평소에 맵고 짠 음식을 즐기거나 식습관이 불규칙한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다이어트도 담석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1주일에 1.5kg 이상의 체중 감량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담석은 남성보다 여성의 발생 비율이 높은데, 여성호르몬이 담즙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기능을 하기 때문. 당뇨, 과체중 등도 담석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대부분 무증상…합병증은 얼마나?
담낭에 담석이 발생해도 60~80%는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만약 증상이 있다면 주로 명치와 오른쪽 위쪽 배에 중압감과 함께 심한 통증이 생긴다. 약 반 정도에서는 오른쪽 등이나 날개뼈 아래(우측 견갑 하부) 또는 어깨 쪽으로 통증이 퍼져 나갈 수 있다. 통증은 갑자기 시작해 1~6시간 지속되며, 서서히 또는 갑자기 사라진다. 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하고 발열이나 오한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담낭염이나 담관염 등과 같은 합병증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 담석증 진단받으려면
일차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는 검사 시간이 빠르며 담낭뿐 아니라 담관(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옮기는 관의 일부), 간, 췌장 등의 기관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고 담낭염과 같은 합병증 진단에도 도움이 된다. 복부 초음파로 확인이 어려운 미세한 담석이나 담관 내의 담석을 진단할 때는 초음파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 추가로 담석증 외에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에는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을 시행하기도 한다.
◆ 담석증 치료
증상이 없다면 대부분 즉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경과만 관찰한다. 하지만 담낭염이 발생하거나 2.5~3cm 이상의 거대 담석,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복부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의 판단 하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담낭은 생존을 위한 필수 장기는 아니기 때문에 담낭절제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담즙을 보관하는 담낭이 없어도 간에서 생성된 담즙은 담관을 통해 직접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담낭절제술 직후에는 속쓰림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2~3개월이 경과하면 호전된다. 최근에는 내시경시술(ERCP)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로 담석을 제거할 수 있는데 특히 수술을 하기 어려운 환자를 치료할 때 유용하다.
담석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식습관을 통해 담즙이 담낭에 고이지 않고 원활하게 배출되게 해 담석의 발생 위험을 낮춰야 한다. 과도한 다이어트나 금식을 삼가고 체내의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하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현종진 교수는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담석이 발생해도 자칫 방치할 수 있는데, 담석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담낭염의 90% 이상은 담석이 담낭관을 막으면서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담석이 담관을 막으면 담낭 내 압력이 높아지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이 심해지면 담낭이 터지거나 괴사하기도 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