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진단 받으면 무조건 수술?

[김성수의 눈이야기] ②’눈 속의 황색 선글라스’ 백내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내장(白內障, Cataract)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결과물이다. 눈 한가운데(內)가 하얗게 바뀌어(白) 시력에 장애(障碍)가 생긴다는 뜻이다. 맨눈으로 진찰하던 시대에 눈동자(동공, Pupil)의 가운데가 흰색으로 바뀌면서 시력을 잃는 병을 뜻해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백내장은 노화에 따라 눈 안의 렌즈인 수정체가 탁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카메라나 망원경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정체는 투명해야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칼슘이 침착되고 산화작용 등에 의해 점차 노란색으로 바뀐다. 햇빛에 많이 노출된 피부에 주름이 많이 생기고 착색되는 것처럼 투명한 수정체에 칼슘 침착과 산화과정에 의한 손상이 축적되면서 노란색으로 바뀐다. 이 과정은 노화에 의한 질병이라기 보다 시력에 더 중요한 부분인 망막, 특히 황반을 유해광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눈의 적응과정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눈 속의 황색 선글라스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백내장에 의한 시력저하는 미세먼지나 황사에 비유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먼 곳만 잘 안보이지만 황사가 심해지면 가까운 곳도 잘 안보이는 것처럼 백내장이 심해지면 앞도 잘 안보여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된다. 백내장은 수술로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는 것이 유일한 근원적 치료법이며 일부 점안약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백내장을 다시 맑게 만들지 못하고 다만 진행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백내장 수술은 매우 흔하다. 국민건강보험의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8년 59만2191건, 2019년 68만9919건, 2020년 70만2621건의 백내장 수술이 이뤄졌다. 게다가 노안을 교정하는 효과를 기대하여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백내장의 수술까지 늘면서 수술건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안과전문의가 부족한 저개발국에서는 백내장에 의한 시력상실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지만 우리나라에선 시력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돼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내장이 진행된 수정체에선 처음에는 탁해지기 보다는 탄력성이 줄어들면서 노안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노안은 수정체에 의한 조절능력(Accommodation)이 감소하면서 일정거리 이내의 시력이 감소하는 것. 따라서 먼 곳을 볼 때에도 책을 보는 것처럼 조절능력을 이용해야 하는 원시나 난시가 심한 사람에게선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먼 곳을 볼 때 매우 흐려지는 현상이 생겨 백내장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이 경우엔 안경을 쓰면 맑은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젊은 나이에 근시교정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상황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원래 근시가 심했던 사람들은 백내장 초기 증상이 근거리 시력은 비슷하지만 원거리 시력이 나빠지는 현상(근시가 심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서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시력이 떨어지면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흐려진 시야로 인한 증상의 적절한 해결을 위한 원칙은 아래와 같다.

첫째, 백내장 외의 다른 시력저하의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백내장이 많이 생기는 나이에는 다른 눈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녹내장이나 망막질환이 있는지 전문가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절한 안경을 착용해서 시력이 좋아지면 우선적으로 안경사용을 권하고 싶다. 반면 녹내장, 망막질환이 있더라도 백내장 수술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백내장 수술을 해서 시력이 좋아질 수 있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물론 수술없는 해결이 제일 좋지만 백내장 수술 자체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둘째, 백내장에 의한 시력저하가 확실하다면 본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수술법을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인 단초점 렌즈를 사용하면 일정 거리가 잘 보이고 그 외의 거리는 흐리게 보이게 된다. 따라서 주로 책을 많이 보는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지, 아니면 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지에 따라 적절한 인공수정체 도수를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선 백내장 수술을 받는 이유가 운전면허 취소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운전하기 편한 도수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내에서 TV 시청이나 요리 같은 집안일을 보다 편하게 하기 위한 도수를 선호한다. 각자 다른 기준의 인공수정체 도수 결정이 필요하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누진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택하기도 하지만 이에 따른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누진다초점 인공수정체. 각 동심원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다르다.

누진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한 노안 교정 수술에도 몇가지 조건이 있다. 누진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인공수정체의 렌즈에 여러 부위에 걸쳐 굴절력, 즉 빛이 꺽이는 각도가 다르게 만들어진다. 이런 구조는 다양한 상황에서 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최적의 시력을 제공한다. 동자가 큰 환자는 원거리를 그럭저럭 잘 볼 수 있지만 근거리 시력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동자의 움직임이 적어지고 나빠지기 때문에 70세 이상인 환자에게서 누진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기대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원거리 볼 때의 구조. 동자가 커지면서 먼 곳의 영상이 황반에 맺힌다.
가까운 곳을 볼 때의 구조. 얘기 동자가 작아지면서 근거리 영상이 황반에 맺힌다.

녹내장, 망막질환 등으로 실명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다초점 인공수정체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구조상 단초점 인공수정체에 비해 시력의 질이 떨어진다(빛을 나누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기능 자체가 떨어지는 눈질환이 있다면 다초점 인공수정체 사용 뒤 오히려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점점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인간의 수정체만큼 완벽한 인공수정체는 없다.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Degeneration)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궁극의 질환이다. 100세 인생을 바라보는 세상에서 백내장은 모든 이에게 반드시 생기는 질환이다.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선택으로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백내장 수술 후 살아갈 기간이 어쩌면 30년 이상이기 때문이다. 잘 안 보인다는 것은 정말 우울하기 마련이다.

백내장 수술은 가벼운 수술이지만, 흐리게 보인다고 가볍게 결정할 것은 아니다. 남은 인생은 길고 이를 위한 적절한 선택과 고민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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