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나쁜 간암 ‘간 절제’만 답일까?
5cm 이상 크기가 큰 간암은 특히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졌다. 간암의 표준 치료법은 간절제 수술. 이 수술을 받더라도 2년 내 약 30%의 환자가 재발한다. 수술 후 간의 크기가 줄어들어 간 기능이 저하될 위험도 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5cm 이상 크기가 큰 단일결절 간암에서 경동맥 방사선색전술이 간절제 수술과 치료 효과는 비슷한 반면, 부작용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암은 국내에서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전체 암발생률 중 6.1%를 차지했다. 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
이 때문에 기저질환 등으로 간절제 수술이 어려운 환자의 대체치료로 주로 ‘경동맥 화학색전술’이 이뤄졌다. 암의 크기에 비례해 한 발열과 복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
최근에는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대신해 부작용이 덜하며 효과는 우수한 ‘방사선색전술’이 간절제 수술의 대체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사선색전술은 방사성 물질인 ‘이트리움-90’을 탑재한 미세 구슬을 간동맥을 통해 간암에 투여해 종양 안쪽에서 방사선을 발생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정훈 교수팀(삼성서울병원 신동현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혜 교수, 서울대병원 김주연 전공의)은 크기가 큰 단일결절 간암환자들을 방사선색전술 그룹(57명), 간절제술 그룹(500명)으로 나눠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추적관찰 후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를 밝혔다.
방사선색전술 그룹이 치료 전 상황이 불리한 점을 감안해 나이(고령), 전신질환 동반, 종양 크기, 간의 좌우엽 모두 침범, 간문맥 침범 등의 요소를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그 결과, 전체 생존기간과 재발 소요기간에서 양 그룹 간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첫 치료 후 38.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방사선색전술과 간절제술 그룹의 사망률은 각각 21.1%, 20.4%였다. 첫 치료 후 2년간 누적 재발률은 각각 50.0%, 58.3%였다.
치료 후 부작용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복통, 발열 등 부작용이 관찰된 환자 비율은 방사선색전술그룹과 간절제술 그룹이 각각 43.9%, 100%였다. 입원 기간은 방사선색전술 그룹이 3일, 간절제술 그룹이 12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간암치료의 난제 중 하나인 5cm 이상 단일 결절 간암에서 방사선색전술이 근치적 간절제 수술과 비슷한 치료성적을 보인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고, 완치가 어려운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을 동반한 환자도 많아 전신상태와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
김지혜 교수(제1저자)는 “크기가 큰 간암의 근치 치료법은 절제술인데 잔존 간 기능과 재발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수술이 곤란한 경우가 많고, 간이식도 제한적”이라며,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에게 대체치료로서 방사선색전술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핵의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더 저널 오브 뉴클리어 메디슨(The Journal of Nuclear Medicine)’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