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 vs 상술, ‘내과 박 원장’의 고민

[김용의 헬스앤]

[사진= 드라마 '내과 박원장' / 티빙]

의사출신 작가가 그린 웹툰이 원작인 ‘메디컬 드라마’가 시선을 끌고 있다. 응급 수술 장면이 많이 나왔던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와는 달리 현실적인 개원가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에서 방영되고 있는 ‘내과 박원장’이 그 것이다. 배우 이서진이 대머리 의사로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병원을 차린 40대 내과 전문의 ‘박 원장’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담은 블랙 코미디물이다.

만화가 원작이다 보니 다소 과장된 표현이 섞여있다. 하지만 실제 의사로 19년 동안 개원의·봉직의로 활동했던 장봉수(필명) 작가의 리얼리티가 녹아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의사와 만화가를 꿈꿨다고 한다. 개원의 생활 중 커뮤니티에 작품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의사로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만화에 전념하고 있어 가장으로서 걱정도 교차한다는 솔직한 소회도 전해진다.

빚에 허덕이는 동네병원 의사의 모습은 예전 메디컬 드라마의 의사 상과는 많이 다르다. 진료실에는 환자 한 명 없고 파리만 날아든다. 마침내 찾아온 환자는 손톱을 깎아달라거나 진료비를 흥정한다.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맞춰보라는 황당한 요구도 한다. 보험비 청구를 위해 진단서만 끊어달라는 사람도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 남겨진 ‘돌팔이 의사’라는 악평 때문에 난감해 하기도 한다.

박원장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개원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진료과목을 늘려라”, “치료 효과를 과장해라”, “병원도 서비스업, 리액션이 생명이다”라는 실망스런 말만 듣는다. 과거 전공의 시절  “돈을 쫓지 말고 환자를 쫓겠다. 굶더라도 비보험 진료·리액션·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떠올린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개원가에서 살아남는 법을 고민한다. 이 드라마는 과장 표현, 억지 설정도 눈에 띈다. 너무 경제적인 측면만 강조한 느낌도 든다.

[사진= 의사 출신 장봉수 작가의 네이버 웹툰]
코로나19 유행 이후 개원의들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비인후과와 소아과는 환자 감소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의 요양급여비가 각각 17.3%, 1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원일수로 따지면 이비인후과는 30.0%, 소아청소년과는 24.5% 각각 감소했다. 이미 이비인후과의 요양급여비는 2020년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9.1% 감소했다. 소아청소년 역시  2020년에 전년 대비 35.3%나 줄었다. 지난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는 모두 154곳이었다. 신규 개업 103곳을 감안하면 단순 수치만으로도 50곳 넘게 줄었다.

동네병원이 위기다. 의료수가의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동업자’인 대형병원들의 ‘배려 없는’ 확장세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대형병원들은 앞 다투어 수도권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이미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소병원은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고 동네병원도 타격을 받고 있다. 3차병원의 저돌적인 확장 정책에 2차, 1차 병원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내과 박원장’처럼  “돈만 쫓지 않겠다”는 수련 시절 다짐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개원의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의원 개원 시 빚 등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대학병원, 대형병원의 병원장을 지낸 의사도 오너가 아니면 정년퇴임 후 동네병원을 차리는 경우가 있다. 늘그막에 드라마 ‘내과 박원장’처럼 개원의으로서 살아 남는 법을 고민할 것이다. 동네병원과 대형병원이 상생하는 길은 결코 멀지 않다. 의료계 내부부터 약육강식 논리에서 벗어나 서로 도와주는 길을 확장해야 한다. 거대병원 병원장도 퇴임 후에는 ‘내과 박원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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