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떨수록 ‘나쁜 기억’ 오래 남는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화가 나도 속마음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간혹 직장동료와 의견이 충돌하거나 퇴근 직전 업무요청이 들어오면 속상한 마음을 겉으로 표출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럴 땐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실제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분통 터뜨리는 방식이 정신건강에 해로운 작용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유럽 일과 조직 심리학저널’에 따르면 나쁜 사건에 대한 불평은 그 사건과 자신을 더욱 결속시키는 원인이 된다. 나쁜 기억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잠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과대학과 미국 콜로라도대학 공동연구팀은 금융, 제조업, 헬스케어 산업 종사자 112명을 대상으로 3일 연속 일기를 작성하도록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 그날 하루 불평이 생길만한 일을 겪었는지, 해당 사건에 대해 생각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지, 분통을 터뜨리거나 야단법석을 떨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해 기록한 것이다.
연구팀은 나쁜 사건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일수록 ‘좋은 스포츠맨십’을 실행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좋은 스포츠맨십이란 벌어진 일에 승복하고 시비가 붙은 상대방에게도 예의를 갖춘 태도를 보였다는 의미다. 보편적으로는 스포츠 선수가 공정한 게임을 펼치기 위해 갖는 자세를 칭한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매일 그들이 경험한 일 중 가장 부정적인 사건을 하나씩 기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또 실험참가자들은 “오늘 나는 내가 한 일이 자랑스러웠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지의 여부도 평가했다. 이를 통해 각 실험참가자들이 얼마나 열의 넘치고 활기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실험 결과, 스포스맨십이 약한 사람일수록 하루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고 장기적으로 기분이 침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안 좋은 일을 경험한 당일은 물론, 그 다음날까지도 이 같은 기분이 지속됐다. 반면 스포츠맨십이 강한 사람으로 분류된 실험참가자들은 그날 하루 벌어진 상황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여기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자꾸 나쁜 생각을 되뇌면 해당 사건과 더욱 강력하게 결속돼 단기적인 차원에서 끝날 부정적 감정이 장기화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불평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와 사이가 틀어지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나쁜 일을 꽁꽁 숨기고 혼자 고민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의미 없이 터뜨리는 울분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단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좀 더 건설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할 때 정신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