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와 의사의 직역갈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의료행위가 전문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의료직역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특정행위를 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영역을 벗어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의료인의 면허외 의료행위’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한 직역의 일로 규정된 일을 다른 직역이 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문제는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 직역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러한 권리를 포기하기를 원치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에 촉발된 간호사법 제정과 관련된 이슈이다. 고령화 등으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함과 동시에 만성적인 의사인력부족으로 인하여 의사업무 중에서 간단하거나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당부분이 간호사로 위임될 필요가 있다.

2021년 12월 국회에서 간호법이 발의되었는데 이 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간호사가 하는 업무를 어떻게 규정할지이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간호사의 업무를 크게 환자간호 및 진료보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법 제정안에서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즉 간호사의 업무에서 ‘보조’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와 ‘처방’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다. 의사단체는 간호법제정안에서 ‘보조’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내용이 추가된 것은 간호사가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침습적인 시술이나 수술, 초음파 검사나 시술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규정을 근거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독자적인 간호(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배타적이고 독립적인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허용할 경우 의사업무까지 침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간호단체는 의사단체의 이러한 주장은 ‘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정안이 발생한 주요한 배경 중의 하나는 의사보조인력(PA, physician-assistant)때문이다. 현재 많은 종합병원에서 전공의 등 의사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간호사면허를 가진 의사보조인력을 채용하여 의사의 일을 대신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의료인력을 의사보조인력 흔히 PA라고 한다. 이들은 실제적으로 의사대신 처방을 하거나, 수술이나 침습적인 시술에 참가하거나, 의사를 대신하여 수술전후 환자상담, 혹은 심장초음파와 같은 검사를 하는 등 사실상의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하고 있지만 현재 법령에서 의사보조인력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도 없고 그 업무범위가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독립적인 의료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의료인의 면허외 의료행위’에 가깝다. 새로운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좀 더 넓게 해석하여 의사보조인력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도도 함께 있어 보인다.

간호법제정을 반대하는 의사단체에 대하여 모든 권한을 독점하려고 하는 의사단체의 행동은 너무 배타적이고 제 밥그릇 챙기기로만 보인다는 비판이 있다. 만성적인 의사인력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위임할 수 있는 것은 위임하는 등 타 직역과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중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기득권만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의사들을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세력으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권한을 축소하거나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동시에 개원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타 직역이 의사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이외에도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의 의료직역간의 업무범위를 배타적으로 규정하고 이 규정에서 벗어난 의료행위를 모두 ‘면허외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현재의 제도적 문제를 간호법제정을 시작으로 일부 완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복합질병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와 관련된 여러 직역들이 서로 협력하여 체계적이고 안전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은 의료시스템개혁을 고민할 때 한 쪽의 의견에 치우치기보다는 직역간 갈등을 줄이면서도 공공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였으면 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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