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6개국, 죽음 앞둔 환자 잘 돌본다(연구)
한국 등 6개국이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를 비교적 잘 돌보는 의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81개국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영국·아일랜드·대만·호주·코스타리카 등 6개국이 죽어가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비교적 좋은 완화치료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완화치료란 암 환자 등 말기 환자가 품위 있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돕는 호스피스 활동 등 각종 의료 시스템을 말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 등 6개국만 말기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신체적·정신적 치료에 대해 A등급을 받았다.
이에 비해 풍요로운 나라에 속하는 선진국인 미국은 C등급으로 81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미국 국민이 죽음에 대해 연연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36개국은 D등급 또는 F등급을 받았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에릭 핀켈스타인 듀크대 교수는 “사회는 사람들이 얼마나 죽음을 잘 맞는지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완화치료 전문가인 그는 듀크-NUS(싱가포르 국립대) 의대 및 듀크 글로벌 헬스연구소(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 소재) 교수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많은 사람들은 저축의 대부분을 쓴 뒤 자신이 택하지 않는 곳에서, 존엄성이나 동정심도 없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잘 모른 채, 치료 과정을 후회하면서 매우 비참하게 죽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81개국 간병인 1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말기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13가지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편안함, 적절한 통증 관리,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 친절하게 대함,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삶의 질을 목표로 하는 치료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또 세계 완화치료 전문가 181명에게 이 1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자국의 의료 시스템에 등급을 매겨주도록 요청했다.
완화치료 전문가이자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의 전 편집자인 리처드 스미스(의사)는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료를 전혀 받지 않거나, 고통을 가중시키는 과잉 진료와 무익한 치료를 받고 비참하게 죽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으나, 사람들이 더 잘 죽도록 돕는 데는 돈을 충분히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죽음이 덜 금기시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삼아 토론을 계속하면,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임종을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Cross Country Comparison of Expert Assessments of the Quality of Death and Dying 2021)는 ≪통증과 증상 치료 저널(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온라인판에 실렸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