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잘 나으려면… "물 충분히 마셔야"
감기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의 합작품이다. 전체 감기의 30~40%는 라이노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세균은 항생제로 없앨 수 있지만 바이러스까지 죽이지는 못한다. 따라서 진정한 ‘감기 특효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감기약의 효과는 증상을 가볍게 하는 정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소·허브·각종 식품 등을 통해 감기를 극복해보려 시도한다.
비타민C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비타민C를 감기 초기에 다량 복용하면 감기의 싹을 잘라 버릴 수 있다는 주장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동물실험이기는 하지만 비타민C가 감기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일부의 연구도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에게도 효과적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타민C가 감기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증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 감기에 걸리기 전에 예방적인 차원에서 비타민C를 매일 복용한다면 감기에 걸린 뒤 그 지속기간이 성인은 약8%, 어린이는 약 14% 가량 단축된다고 한다. 특히 마라토너 등 체력적으로 잘 단련된 사람이 평소 비타민C를 꾸준히 복용한 경우에는 감기 발생 위험이 거의 절반으로 감소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감기 환자에게 흔히 추천하는 비타민이 비타민C라면, 추천하는 미네랄은 아연이다. 아연이 첨가된 알약이나 코 스프레이 등이 이미 출시되어 있다. 감기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의 생성을 아연이 억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연이 감기 치료에 이롭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아연이 함유된 비강용 겔 제품이 감기 치료를 도왔다는 연구가 하나 있는 정도다.
가족 중에 감기 환자가 있으면 아침 식탁에 치킨 수프를 올리는 것은 서구 사회에서의 오래된 민간요법이다. 이 수프가 감기를 악화시키는 염증을 가라앉힌다고 믿어서다. 그러나 치킨 수프가 다른 뜨거운 음료보다 감기 치료에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치킨 수프나 뜨거운 음료가 감기에 유익하다면 감기 환자에게 나타나기 쉬운 탈수방지 효과가 거의 전부일 것이다.
그렇다면 술은 어떨까?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음주량이 지나치면 점막 염증이나 탈수를 일으켜 감기 치료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단, 절주는 괜찮을 수 있다. 소량의 음주가 감기 치료에 유익함은 일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건강한 성인 4,3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적포도주를 주당 8~14잔 마시면 감기 발생 위험이 60%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에 걸렸을 때 식사를 거르면 열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민간요법도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단식하면 면역 시스템이 자극돼 발열과 관련된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는 대상자가 적고 그 후로 재현되지 않았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도 있다. 감기 환자의 코를 따뜻한 소금물로 씻어주면 증상이 가벼워진다는 것인데, 특히 어린이의 코가 감기로 막혔을 때 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소금물 린스를 통해 코 안의 바이러스를 밖으로 내보내고 콧속 점막의 습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기 및 독감에 걸린 6~10세 어린이 289명에게 하루 3번씩 소금물로 코를 린스 하도록 해 보았다. 3개월 뒤 이들을 기침·감기약을 복용한 어린이(101명)와 비교한 결과, 소금물로 린스한 어린이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웠고 학교 결석률도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민간요법보다 더욱 확실한 감기 대처법은 물을 충분히 마시며 스트레스를 덜 받고 느긋하게 쉬면서 증상이 나아지기까지 며칠 정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작동해 5~10일이면 감기를 몰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