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성 동성애자 헌혈' 규정 논란 활활
미국이 최근 10년 내 최악의 혈액 부족에 직면한 가운데, 남성 동성애자(게이) 및 양성애자의 헌혈 제한 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성생활이 활발한 동성애·양성애 남성의 헌혈 자격으로 ‘3개월 간의 금욕(성관계 금지)’을 못박고 있다. 일부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앞서 지난해 4월, FDA는 동성애·양성애 남성의 헌혈에 필요한 금욕 요건을 종전의 12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팬데믹 때문에 혈액이 부족해지자, 성소수자(LGBTQ,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 지지자들과 국회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FDA는 이들의 헌혈에 대한 3개월 간의 금욕 규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최근 부쩍 커지고 있다. NBC 뉴스는 동성애·양성애 지지자들이 이 규정을 차별로 보고 있으며, 많은 의료인들도 이를 헌혈에 불필요한 장애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성애·양성애 남성의 헌혈 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10년 만에 최악의 혈액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미국적십자사(ARC)의 발표와 함께 다시 불거졌다. ARC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헌혈이 10%나 줄었다.
이에 따라 성소수자 지지자들과 미국 상원의원 24명은 헌혈에 필요한 금욕 요건의 폐지를 FDA에 촉구하고 나섰다.
상원의원들은 최근 하비에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재닛 우드콕 FDA 국장대행에게 서한을 보내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를 계속 갈라치기하는 것은 차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혈액 검사와 안전 기술의 발전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일종의 시한 정책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현재의 긴급한 요구를 충족시키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ARC의 최고의료책임자(CMO)를 지낸, 바이오 의약품 회사 세러스(Cerus Corp.)의 리처드 벤자민 CMO는 HIV 검사의 과학에 근거할 때 3개월의 (헌혈) 대기 기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HIV 감염 후 첫 1~2주 동안에는 검사에서 음성을 보이기 때문에 '위험이 있는 경우 지연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데는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3개월이 아니라 약 10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FDA가 이처럼 규정 변경을 요청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RC와 미국의학협회(AMA) 등 주요 의료단체는 동성애자·이성애자 남성의 헌혈에 대한 제한적 금지를 전면 해제토록 촉구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로스쿨의 싱크탱크인 윌리엄스 연구소에 따르면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연간 혈액 공급량이 2~4%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