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감염 많은 오미크론…대세는 'T세포'?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백신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백신으로 형성되는 중화항체 보다는 인체의 자체 면역세포인 T세포가 주목받고 있다고 과학잡지 《네이처》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시그니처 같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겨냥한다.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대부분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발생한다는 점.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 영역에서 3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존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의 효능이 저하돼 돌파감염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항체 기반 면역이 중시된 이유는 또 있다. 코로나19 감염의 증상위험을 바이러스의 복제를 직접적으로 막는 ‘중화항체’의 수치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화항체는 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한다. 또한 항체는 T세포보다 샘플 채취가 쉬워서 연구하기 편하다.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의 면역학자인 웬디 버거스와 캐서린 리오 교수는 이런 항체 기반 면역연구풍토에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선 T세포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한다. T세포는 인체의 림프구에서 생성되는 백혈구의 하나로 외부에서 이물질이 침입했을 경우 이를 기억하고 있다가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수행해 ‘킬러 세포’로도 불린다. T세포는 항체보다 탄력성이 뛰어나다. 감염이나 백신접종으로 활성화된 T세포의 수치는 항체만큼 빠르게 사라지지 않고 장기간 보존된다.
게다가 T세포는 스파이크 단백질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부위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변이가 심하게 발생해도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버거스와 리오 교수는 지난해 11월 남아공에서 발견된 오미크론이 항체 방어력을 약화시켰지만 인체의 T세포의 방어력까지는 뚫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T세포는 다양한 변이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아냈다”고 버거스 교수는 말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 센터의 코린 회르츠 판 케셀 교수도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로부터 채취한 T세포의 오미크론 반응은 매우 온전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바이러스학․백신연구센터의 댄 바루크 소장도 “T세포는 오미크론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변이에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 상대적으로 위중증이 적은 이유가 백신으로 형성된 중화항체 때문이 아니라 T세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T세포 연구에 매진 중인 미국의 ‘에뎁티브 바이오틱스’의 최고 과학책임자 겸 공동 창업자인 할란 로빈스는 “중화항체에 초점을 둔 백신이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스는 화이자백신이 2세~5세 어린이에게 충분한 항체를 형성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T세포의 반응도 끌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초기 백신 실험에서는 T세포 반응과 백신 효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데 필요한 샘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T세포 연구를 위한 새롭고 더 쉬운 분석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르츠 판 케셀 교수는 코로나19 변이의 출현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감염자 숫자보다 증세로 바뀌게 되면 T세포를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에 관심이 있어요? 그럼 항체 측정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위중증 유발에 관심이 있다고요? 그럼 T세포가 더욱 중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