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모 케이블방송에서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댄스으로 경쟁을 하는 오디션이 열리고 있다. 물론 참가한 수십 팀 중에서 오직 한 팀만이 우승을 거머쥘 수 있다. 이러한 경쟁구도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구도이지만 최근 이 방송에서 하고 있는 경쟁의 방법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까지 생존한 총 12개의 팀이 1대1로 대결하면서, 한 곡을 A구간과 B구간으로 나눠 각각의 팀이 자신만의 기량을 맘껏 선보이는 것인데 이 가운데 상대편이 창작한 안무를 수정없이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댄스 트레이드’라는 규칙이 설정되었다. 본래 이 규칙의 취지는 각 팀들이 상대팀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단점이 극대화할 수 있는 고난도의 기술을 경쟁팀에 제시하고 경쟁팀은 상대편이 제시한 어려운 기술을 돌파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혹은 비록 이 프로그램이 댄스오디션이지만 서로를 동료로 인식하고 상대편 팀이 돋보일 수 있는 춤을 제공하여 결국 두 팀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아름다운 경쟁을 의도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한 바와 달리 한 참가팀은 다른 경쟁팀에게 막춤으로 보일 수준의 장난스러운 안무를 상대방에게 요구하였다. 결국 이 팀은 1:1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이 팀의 경연태도에 대하여 비매너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결국 승리한 팀의 팀원들은 SNS 계정을 닫거나 비활성화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경연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성인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의 경우 아직 그 심성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성숙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과도하게 흥분하고 과잉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성인인 마스터들은 이들에게 문제점이 발생하면 적절하게 조절하고 통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문제가 된 팀을 교육했던 마스터는 그들의 행동은 승리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 프로그램을 시청한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두 팀의 경연이 끝나고 승리한 팀을 선정할 때 다른 마스터들도 문제가 된 행동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보다 댄스실력이 우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된 행동을 한 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양상은 우리들이 경쟁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지하자원은 적고 인적자원은 많은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에서는 어쩌면 경쟁은 필수적일지 모른다. 한정된 자리를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은 대학교 입학부터 취업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상시적으로 많은 경쟁의 바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언젠가부터 이러한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고 단지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

즉,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힘들고 어렵더라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도전하기보다는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며 약점을 잡는 약간은 비열해 보이는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결국 승리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라는 결과에만 치중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나와 경쟁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친구나 동료가 아닌 단지 경쟁자이자 이겨야 할 존재로만 여기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의과대학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의과대학에 들어올 정도이면 그래도 학교에서 꽤 공부를 잘 했을 것이다. 즉, 이들은 고등학교에서 수능점수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의과대학에서 그리고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고도 지속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병원의 원하는 전공의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좋은 학점과 높은 국가고시 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과대학과정 내내 살벌한 학점경쟁은 거의 필수적이다. 또한 사회에 나아가서는 성공하기 위하여 혹은 더 잘살기 위하여 더욱 살벌한 생존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교육과정은 과연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이 친구나 동료들과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자신을 성장하기 위하여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기술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하면서 성실히 환자들을 돌보도록 교육하거나 그러한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친구나 동료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여겨 질시하고 헐뜯고, 환자들은 같은 인간으로서 관심과 존중을 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도록 교육하고 있는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제 우리들은 다음세대의 교육목표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위의 한 에피소드는 새해를 맞아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가르치고 있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교육환경과 교육과정에 대하여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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