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관리에 좋은 코엔자임큐텐?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 알면서도 참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술과 담배를 줄이고 신체활동을 늘리는 등 평소보다 노력해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쉬운 방법으로 선택하는 게 ‘000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순 없다. 특히 심장과 혈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혈압관리 성분의 경우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 코큐텐은 약간 높은 혈압 감소에 도움 줄 수 있어
코엔자임큐텐, 줄여서 ‘코큐텐’이라고 한다. 코큐텐은 국내에서 허가된 혈압조절 원료 중 가장 유명하고 많이 사용된다. 현재 허가된 18개 혈압조절 원료 중에서 유일한 고시형 원료로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 경험도 많아 연구 자료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에서 합성되는 물질로 항산화 작용 및 에너지 생성 등에 필요하다. 국내에서 코큐텐은 하루 섭취량 90~100 mg일 때 ‘항산화 및 높은 혈압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허가돼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높은 혈압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근거자료로 쓰는 2002년 논문의 코큐텐 섭취량은 하루 200 mg이라는 것이다. 하루에 코큐텐 200mg을 12주 섭취한 결과 수축기 혈압을 조금 낮췄다고 하나, 이완기 혈압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그럼 해당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처음 혈압은 어땠을까? 논문을 더 살펴보면 대부분 ‘고혈압’ 환자가 아닌 ‘고혈압 전단계’ 혹은 ‘주의 혈압’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참고로 수축기 혈압이 120~129 mmHg 그리고 이완기혈압이 80 mmHg 미만일 때는 ‘주의 혈압’, 수축기 혈압이 130~139 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 mmHg인 경우는 ‘고혈압 전단계’로 정의한다.
정리하자면, 고혈압으로 진단받기 전 약간 높은 혈압에서 코큐텐을 하루 200mg 12주 동안 섭취하면 수축기 혈압을 조금(평균 4 mmHg)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완기 혈압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
◆ 혈압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의 높은 혈압 관리는 어려워
혈압을 조절하는 목적은 혈관과 심장이 받는 충격을 줄여 심뇌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고혈압의 진단 기준에서 ‘정상 혈압’이란 이러한 위험도가 가장 낮은 최적 혈압을 의미한다.
그래서 혈압 관리법을 택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장기간 안정적 혈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코큐텐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코큐텐이 혈압을 의미 있게 조금이나마 낮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주, 3개월이며 그 정도는 4 mmHg 전후다. 만일 고혈압 전단계 혹은 주의 혈압이라면 코큐텐으로 3개월 관리 후에 다음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미 수축기 혈압이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 mmHg를 넘겼다면 병의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료와 상담을 해야 한다.
코큐텐의 혈압 감소 능력을 고려할 때 고혈압이 진단될 정도의 사람이라면 3개월을 섭취해도 안정적 혈압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전단계 혹은 주의 혈압과 고혈압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혈관 및 심장의 기능 손상 정도는 달라 코큐텐이 양쪽 그룹에서 같은 강도로 효과를 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혈압관리법으로 코큐텐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가정이나 가까운 병의원에서 혈압을 측정하며 본인의 상태 관찰을 병행해야 한다. 코큐텐으로 관리가 되면 다행이지만, 개인차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혈관과 심장, 그리고 신장까지 몸의 내부는 계속 손상되기 때문이다.
◆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생활 습관 개선도 필요
건강검진 후 주의 혈압 관리를 위해 코큐텐 등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면서 혈압을 관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생활 습관 개선도 함께 할 것을 추천한다.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것, 체중 감량, 절주, 운동 그리고 식사조절까지 각각의 구체적인 기준과 실행 방안은 가까운 병의원이나 약국 등에서 전문가에게 문의하면 도움받을 수 있다.
가능하면 금연도 권장한다. 담배의 니코틴은 약 30분 정도 일시적으로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켜 하루에 한 갑 정도 흡연한다면 거의 하루 종일 담배가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흡연은 혈압이 잘 조절되더라도 심뇌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위험인자로서 혈관 건강을 위해 금연은 필수다.
생활 습관 개선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보다 현재 자신의 생활을 고려해 실천 가능한 것을 하나씩 선택하는 게 좋다. 혈압 관리는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오늘만 편하고 좋은 방법보다 내가 장기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 점을 꼭 기억하고 마냥 쉬운 방법보다 제대로 된 방법을 선택해 혈압 조절에 도움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