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팔 골퍼, 200m 보낼 수 있는 까닭

[골프의학硏의 몸 지키는 골프]⑭동적 평형과 근골격계 부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의 한 인도어골프장에서 한 팔이 없는 남성이 가끔씩 나와 연습을 한다. 주변 사람들은 힐끔힐끔 쳐다보며 탄성을 지르거나 한숨을 쉰다. 한 팔로 200m 가까이 공을 보내서 ‘백돌이’들의 기를 죽이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외팔이 골퍼가 자신만의 ‘동적 평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동적 평형은 골프 스윙 때 인체의 각 부위가 조화롭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적 평형이 이뤄지면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낼 수 있고 부상을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의외로 많은 골퍼들이 근골격계에서 만성적 ‘골병’을 앓고 있는데, 대부분은 동적 평형과 관계 깊다.

골프의 백스윙 때 몸통 중심축은 수평면에서 약 90도 정도 회전하고, 팔은 배와 등을 가르는 가상의 면(관상면)을 중심으로 180도에 가깝게 돈다. 공을 칠 때 좌우 체중 이동 중에 템포와 리듬에 맞춰 임팩트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야 한다. 임팩트 뒤에는 근육이 자연스럽게 풀어지는데, 왼발에 체중이 다 옮겨지면서 팔로 스루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몸통의 움직임에 따라 골반과 다리에서 전후좌우상하의 동적 평형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근골격계 손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몸을 이렇게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선천적으로 안 좋을 수도 있고, 후천적으로 손상되거나 변형된 곳이 있다면 아무래도 몸통이 크게 회전하거나 체중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면서 전후좌우상하 동적 평형을 이루어 내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체가 불완전해도 골프를 할 수 있다. 골프는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거나 사례에서 든,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도 가능하다. 프로 선수처럼 잘 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보기 플레이 정도를 하면서 다치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가 있다. 이것은 중심축의 동적 평형과 관련이 있다.

전체적인 동적 평형의 토대는 양쪽 발이고 기둥은 척추다. 이것이 어긋나서 어드레스 자세가 잘못되면 C(굽어진)자세나 S(긴장된)자세로 나타난다. 이것이 잘못된 백스윙으로 이어지면 역척추각(Reverse Spine Angle)이나 과스윙(Overswing) 형태로 나타나고, 임팩트 순간에는 부정확한 타이밍과 불규칙적인 접촉면으로 나타난다. 이후에는 피니쉬(Finish)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이걸 의식적인 힘으로 조절하려고 하면 힘을 뺄 수가 없어진다. 여기서 ‘골프 힘 빼기 3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자세나 스윙 방법, 골프채를 바꾸어서 공이 잘 맞는다면 알게 모르게 동적 평형이 이뤄졌다가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지속하다 보면 몸의 취약점이나 특정 부위의 스윙이 어긋나면서 동적 평형을 이루어 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내부 동적 평형이 중요하게 된다.

이 동적 평형은 의식적으로 운동조절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20% 미만이고, 무의식적으로 또는 잠재의식으로 조절되는 부분이 80% 이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조절되는 부분은 너무 광범위하지만, 크게 중요한 부분은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a. 근골격계 조직의 고유감각 수용체(Proprioceptic receptor)에서 오는 척추 반사
b. 귀의 평형기관에서 오는 척추운동 조절
c. 눈의 감각(시각 오리엔테이션)으로 오는 척추운동 조절
d. 내장기관에서 오는 내장 척추 반사

그래서 골프 손상을 막기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 평소 스윙 연습도 하고, 기초 체력 훈련도 해야 하는 것이다. 진료하는 의사로서는 무의식적으로 조절되는 부분에 대해 몇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선, 골프 스윙의 핵심 동작은 우리의 의식적이고 의지적으로 하는 자세나 움직임으로 되는 부분이 적고 무의식적인 내적 평형에 큰 부분이 있어서 서둘러서 대충 빨리 익혀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몸 전체를 만들어가야 하고, 작은 부상도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옳다. 한번 자신의 스윙을 느껴서 만들면, 수영을 배워서 일생 동안 쓰듯이 동적 평형을 이루면서 스윙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단계까지 골프 스윙이 만들어지고 느낄 수가 있다면 경쟁적인 프로선수가 아닌 아마추어는 정말로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부상이나 근골격계 통증 경험을 많이 하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심한 경쟁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적인 프로 선수들은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해진다. 작은 부분의 미세한 증상이라도 국소적이고 부분적인 문제도 잘 살펴서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는 엑스레이,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동적 평형 문제도 확인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동조절 운동시스템과 관련된 부분을 중요한 것만 나열하자면 △상체의 호흡과 하체의 골반균형을 통한 지속적인 동적 평형 △골반과 허리에서 좌우 체중 이동과 천장관절의 상호긴장 나비 모양 운동(Reciprocal butterfly motion) △요천추 및 골반과 횡격막 호흡과의 관계(코어근육) △뇌막과 뇌척수액 조절과 관련된 중추신경계의 물리적인 환경(두개천골리듬) 등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따로 떼어 내 훈련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수많은 골프 훈련 및 학습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갑자기 스윙이 불안정해지거나 힘이 자꾸 들어가면 껌을 씹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턱관절의 움직임을 통해 동적 평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평소 스윙을 연습하면서 ‘피니쉬 때 왼쪽으로 체중이 옮겨졌는가?,’ ‘피니쉬에서 안정돼 있는가?’ 등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피니쉬에 신경 쓰다보면 이전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동적 평형이 이뤄지기 쉽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좌우 엄지발가락 끝과 발바닥을 느끼면서 꼬리뼈 끝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꼬리뼈에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공이 움직이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왼쪽 다리→왼쪽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옮기며 오른쪽 엉덩이가 공에 닿을 정도로 골반을 회전시키며 백스윙한다. 또 임팩트 때에는 왼쪽 엉덩이로 꼬리뼈의 공을 친다는 느낌으로 스윙한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팔과 상체가 무의식적으로 따라오면서 동적 평형에 도움이 될 수가 있다.

골프는 쉽지만은 않은 운동이지만, 자신만의 동적 평형을 갖추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운동이 된다. 골프뿐 아니라 삶도 여유 있고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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