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우유 공급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

[최윤재 교수의 우유 바로 알리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로 ‘학교 우유제도와 관련하여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해당 토론회는 학교 내 우유 공급을 둘러싼 의학적·과학적·법적·행정적 측면의 다양한 논의와 더불어 학교 교사들의 입장을 가까이서 경청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우유에 대한 많은 오해를 해소하고자 여러 편의 글을 써 왔지만,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우유급식 논란은 비단 ‘우유’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복잡한 문제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우유 단점 주장하는 실험이 가진 ‘허점’
우유급식을 반대하는 우유 비판론자들은 우유를 마시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증가, 고지혈증 증가, 암 발생 위험률 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뒷받침할 여러 과학적 실험 데이터를 제시한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각 연구들이 몇 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기간 실험을 했는가, 또는 어떤 식습관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진행된 실험인가 하는 것이다.

앞서 우유의 효능을 입증한 여러 실험들은 수천 또는 수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수십 년에 걸친 추적 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해왔다. 대표적으로 지속적인 우유 섭취가 심혈관계 발병률을 낮춘다는 사실을 보여준 한 실험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22.8년간 추적 연구를 했고, 우유 섭취가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을 낮춰준다고 발표한 연구는 총 32만 명을 연구했다.

우유의 효능을 알아보려고 할 때 이러한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항상성 기작을 고려해 장기간 우유 복용 시 나타나는 효과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처음 우유를 마셨을 때 우리 신체는 단기간에는 혈당을 높여 당뇨 발병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장기간 복용할 시 오히려 항상성 작용으로 우유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 완화됨으로써 당뇨병 발생을 억제하는 기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유 부작용을 강조하는 연구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진행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서구권 국가는 1인당 1일 우유 섭취량이 한국의 7~10배 이상인데다 우유 섭취량 외에도 버터, 치즈 등 기타 유제품과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높다. 미국의 경우도 최근 미 농무부(USDA)와 보건부(HHS)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0~2025년 미국식생활지침(The 2015-2020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통해 유제품을 건강 필수 식품으로 권고했다.

한국인의 1일 평균 우유 섭취량은 대략 80ml, 한 잔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우유의 과잉 섭취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우유 한 잔도 채 안 마시는 한국인의 현실을 고려해 우유 비판론자들의 주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우유를 꾸준히 마시는 ‘습관’이 중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유는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식품이다. 특히 학교 우유급식은 단순히 우유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 장기적으로 청소년기 학생들이 우유를 먹는 ‘습관’을 기르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남다르다. 많은 연구를 보면 특히 청소년기부터 우유를 섭취했을 때 효과가 더 뛰어나다. 앞서 소개한 당뇨병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 유제품 섭취가 장년기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을 30~40% 감소시켰다.

특히 한국인은 우유를 통해 뼈 성장에 필요한 가장 많은 양의 칼슘을 섭취한다. 그러나 2017년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아직도 국내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60% 미만에 그쳐 골격 및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충분한 칼슘 섭취를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우유가 아닌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청소년들의 신체 내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우유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칼슘을 섭취할 다른 대안이 많다거나, 현대인들은 영양 과잉에 시달린다고 우유를 배척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무책임하다 볼 수 있다.

오늘날 학생들의 주변에서 우유를 편히 사 마실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어도 학교 차원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정하게 우유를 공급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 내 우유 공급은 단순히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우유를 매일 마시게 하는 ‘습관’을 기르게 함으로써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건강할 수 있는 신체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 학교 우유 공급 논란의 진짜 핵심은 우유가 아닌 ‘행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 내 우유 공급을 반대하는 측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에게 우유를 제공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는데, 그 주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은 우유의 ‘효능’에만 있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학교 내 우유 공급 제도는 교사들의 과도한 행정 업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심화됐다.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학교우유급식제도를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학교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우유값 징수, 우유값 미납자 독촉, 우유 발주, 검수(확인), 우유급식지도, 우유곽 반납 처리 지도, 전출생 환불 처리, 전입생 추가 발주, 무상우유급식대상자 선정 및 관리 등”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많은 교사들이 마치 우유 회사의 ‘직원’이 된 것처럼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우유의 효능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것 못지않게, 학교 내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낙농업계를 비롯한 관련 정부 부처의 협력이 시급하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우유를 공급하고자 교사들이 감수해야 할 업무의 선을 어디까지 요청할 수 있을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때다.

동시에, 우유 먹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우유를 섭취할 필요성을 꾸준하게 학생들에게 교육하거나, 오전에 우유를 먹어 점심을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우유를 식후에 먹게 하거나 우유를 급식 메뉴에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여 홍보하는 등 여러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학생들에게 우유를 공급하는 국가사업이 낙농산업의 진흥을 위한 경제적 논리에 좌우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2009년 2월 25일 처음 규정한 학교급식법 시행령에는 ‘학교우유급식 실시에 관한 사항’에서는 우유의 필요성으로 “성장기 학생들의 체위향상과 학교를 통한 우유급식 저변확대”를 위한 목적을 설명한다. 또한 낙농진흥법은 학교 우유 급식을 언급하며 “유제품의 수요 확대”를 이유로 함께 들고 있다. 이런 법 내용은 마치 학교에 우유를 공급하는 일이 특정 산업의 이권을 위한 경제적 논리에 좌우된다는 오해를 낳게 할 수밖에 없다.

낙농산업 관계자와 관련 기관 부처들(농축산식품부, 교육부 등)은 학생 또는 교육의 관점에서 학교 우유 공급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내용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청소년기 우유 섭취가 왜 중요한지, 이런 실행이 올바른 식습관 문화 형성을 위해 얼마나 필수적인지, 일련의 행정들이 교육적으로 왜 필요한지 등을 다시 정리한 후 행정적·법적 영역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우유 급식 논쟁은 단순히 우유의 의학적·과학적 효능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 차이뿐 아니라 단순히 영양소 제공으로만 보는 시각들, 그리고 법적·행정적으로 미흡한 부분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루빨리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하나씩 풀어가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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