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커피 다시 데우면 왜 맛이 나빠질까?
매일 아침 모닝커피 한 잔을 준비해 책상 위에 올려두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일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커피가 차갑게 식는다. 식은 커피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데운 뒤 다시 마시지만 맛이 이전 같지 않다.
막 추출한 커피보다 데운 커피의 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커피에 든 성분의 변화로 일어난다.
전문 커피 로스터인 에밀리 로젠버그에 의하면 로스팅(생두 볶기)하기 전 아직 녹색을 띠는 커피콩에는 클로로겐산이라는 산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생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퀸산과 카페인산으로 분해된다. 클로로겐산도 쓴맛이 나지만, 퀸산과 카페인산은 쓰고 텁텁한 맛이 확연하게 강하다.
모든 커피는 이 같은 성분들로 인해 쓴맛이 난다. 그런데 갓 내린 신선한 커피는 향내가 풍부하고 산미가 있어 쓴맛과 균형을 이루며 풍성한 맛을 낸다.
반면 식어 재가열한 커피는 이러한 맛의 균형이 깨지고 퀸산과 카페인산이 분비하는 쓰고 텁텁한 맛만 강해진다. 즉 갓 뽑은 커피의 좋은 맛을 내는 성분들이 휘발성으로 날아가거나 더 이상 기능을 못하면서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갓 구은 빵과 차가워진 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의 맛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막 구은 빵은 좋은 냄새가 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빵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전체적으로 푸석푸석하고 건조해지며 맛과 식감이 전부 떨어지게 된다. 커피 역시 처음 내렸을 때가 가장 완벽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가열 시에는 맛이 변할 수밖에 없다.
커피콩을 로스팅할 때, 강하게 볶기도 하고, 중간 강도 혹은 가볍게 볶기도 하는데 로스팅의 강도가 어느 정도이든 시간이 지난 커피는 전부 맛이 나빠진다. 특히 강하게 로스팅하면 퀸산과 카페인산이 더 많이 분해되기 때문에 쓴맛이 좀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커피는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을까? 커피를 오래 두고 마시는 사람이라면, 머그컵보다는 보온병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 식는 속도를 늦추 수 있다. 뚜껑을 닫으며 마시면 향도 일부 보존이 가능하다. 취향에 따라 뜨거운 커피보다는 좀 더 미지근해진 커피 자체를 즐길 수도 있겠다. 커피는 50도 정도일 때 단맛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루 마실 양을 한꺼번에 커피포트에 내려놓고 조금씩 따라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커피 맛을 중시한다면 번거롭더라도 마실 때마다 새로 내리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 활기를 위해 혹은 늦은 오후 졸음을 막기 위해 자신에게 주는 대접이라 생각하고 기왕이면 신선하고 좋은 상태의 커피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 한 번 내린 커피는 60~90분 이내에 마셔야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