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1.0의 뜻은? 2.0은 완벽 가까운 눈?
[김성수의 눈이야기] ①잘 본다는 것의 의미
‘본다는 것(Seeing)’은 지능을 갖고 있는 존재에게 필수 조건이다. 단순히 외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과 다음 세대에 정리된 정보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시각정보는 필수다. 인간이 세상을 보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글로 대변되는 상징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을 일반인들이 알아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력(Visual acu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고 키와 몸매가 다른 것처럼 눈의 상태도 다르고 보는 능력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1.0 시력이 정상적인 시력과 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1.0시력이라도 실명 가능한 질환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0.1시력이라도 교정하면 1.0 이상의 시력이 나오기도 한다. 시력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가독력, 可讀力, Reading capability)을 의미하는 것으로, 1.0시력이란 시력표의 1.0시표(시력표 글자)를 일정거리에서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눈의 기능이 정상이라도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거나 대뇌의 기능이 문제가 있어서 표현할 수 없다면 시력을 측정할 수 없다.
시력이 0.1과 같이 소수로 표시되는 이유는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이 볼 수 있는 최소 크기의 글자를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지를 분수로 표시한 것을 소수로 표현한 것이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20ft(피트, 6m)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시력표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다. 이 크기의 시표를 20ft 거리에서 판별할 수 있다면 20/20=1.0으로 표시하고 이 시표를 10ft 보다 짧은 거리에서 겨우 판별할 수 있다면 10/20=0.5로 표시한다. 정상인이 6m에서 볼 수 있는 시표를 60㎝ 정도에 와야 볼 수 있다면 0.1 (20/200) 시력이고 안경이나 수술로 교정을 해도 보이지 않는다면(0.05 미만) 시각장애가 있다고 인정된다.
아주 눈이 좋은 사람은 2.0시표의 작은 글씨를 읽기도 한다. 이는 멀리 떨어진 물체나 작은 글씨를 더 잘 판독한다는 의미이지, 눈의 성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력은 눈의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우리 생활에선 글씨를 읽는 것 말고도 볼 수 있는 범위인 시야,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히 인지하는 동체시력(動體視力, Dynamic visual acuity), 다른 존재를 인식하는 대비감각과 색을 구별하는 능력 등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 이런 기능은 각자의 나이와 함께 주변의 밝기나 환경, 그리고 눈 질환과 전신 상태에 의해서도 변한다.
눈은 소중한 기관이다. 눈은 각막과 수정체를 제외하고 대체나 이식이 불가능하고 손상이 생기면 상처조직을 남기면서 기능을 잃게 된다. 그리고 정밀한 신경조직인 망막과 시신경은 평생을 두고 점점 능력을 잃어 간다. ‘노화(Aging)’에 따라 시기능의 저하는 피할 수 없지만, 다양한 치료법으로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 시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안과 분야의 역할이다.
시력이 1.0으로 유지돼도 나이가 듦에 따라 시력의 질(質, Quality)은 나빠지기 때문에 시력 외적인 다양한 변화를 인지하고 이를 대비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 눈도 노화에 따라 나빠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노안(Presbyopia)을 이해하자.
맨눈으로 가까운 것, 먼 것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눈이 가진 조절능력(Accommodation) 때문이다. 조절능력은 디지털 카메라의 자동초점기능(Autofocus)과 유사한데, 어느 정도의 근시∙원시∙난시는 조절능력을 이용해 극복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생기고 카메라의 조리개에 해당하는 눈동자(동공, Pupil)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조절능력이 저하된다. 노안이 생기면 단순히 가까운 것만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던 원시와 난시에 의한 시력저하가 심해진다.
원시는 먼 곳이 잘 보이고 가까운 것이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은 돋보기 없이 책을 보는 것처럼 흐리게 보이고 가까운 것은 거의 안보이는 상황이다. 원시와 난시가 심하면 노안과 함께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백내장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안경을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 가운데 오전에는 그럭저럭 잘 보이다가 늦은 오후부터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고 이유 없는 두통이 생긴다면 숨어 있는 원시나 난시에 의한 문제를 의심해야 하며 이를 교정하는 안경을 사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근시에서 노안이 생기면 안경을 쓴 채로 책을 볼 때 잘 안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젊을 때 만든 근시안경은 필요 이상 과교정(높은 도수)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른 노안 증상을 유발한다. 따라서 노안증상이 생기면 정확한 안경이 필요한지 검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엑시머레이저나 라식 등의 근시교정수술을 받은 고도근시 환자는 다양한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녹내장, 망막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 노안이 발생하는 시점에는 안과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 확인해야 하는 것은 변시증(Metamorphopsia, 變視症)이다. 변시증이란 이상하게 보이는 현상을 의미하며 시력에 가장 중요한 황반(黃斑,Macula)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한다. 분명 직선으로 보여야 하는 형상이 일부가 휘어지거나 안보이는 부분이 생긴다면 시력의 중심시야를 담당하는 황반에 손상이 발생한 것을 의심할 수 있다(그림. 암슬러 격자). 황반에 문제가 생기면 초점이 안 맞고 휘어져 보이거나 일그러지는 현상, 또는 정상인 눈에 비해 같은 글자가 더 크게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변시증은 고령인구가 점점 늘면서 증가하는 황반변성이 흔한 원인이지만 황반에서 다른 망막질환이 생겨도 나타난다. 이 경우 안과전문의, 특히 망막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하다. 황반 질환은 가능한 조기에 확인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면 회복 불가능한 시력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갑작스러운 시력변화는 눈 안쪽의 문제 탓인 경우가 많다. 특히 갑작스럽게 눈앞에 먹물이 뜨거나 많은 날파리 떼가 뜨는 현상이 발생하면 눈안의 망막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심한 염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응급 진료가 필요하다.
노안이 생기는 시점은 시력에 영향을 주는 안질환이 주로 발생하는 때이며, 눈의 문제는 나이를 먹으면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이를 먹으며 생기는 시력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수술로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지만 수정체를 제외한 눈 조직은 노화에 따라 점차 손상돼 점차 정확한 시력을 잃어간다.
현대사회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시각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볼 수 있는 것을 믿으며 정확한 정보를 가능한 정확히 습득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제대로 잘 보고 산다는 것은 건강한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다. 건강한 눈과 제대로 보기 위한 상식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이 이를 위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더 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