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유방암 호르몬치료제, 암 진행 억제 효과 입증
차세대 경구용 유방암 호르몬치료제 ‘엘라세스트란트(Elacestrant)’가 호르몬치료가 잘 통하지 않는 노년여성의 유방암 진행을 막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3상 임상시험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매년 열리는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SABCS)에서 발표된 보스턴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유방암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아디탸 바르디아 박사 연구팀의 발표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데이’가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엘라세스트란트는 유방암세포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달라붙어 활동을 정지시키고 결국 파괴하는 원리를 이용한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제(SERD)’이다. 최초의 SERD이자 주사제인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에 이은 두번째 SERD로 알약으로 개발됐다. 미국 제약회사 라디우스 헬스(Radius Health)가 개발하고 이탈리아에 본사를 다국적 제약사 메나리니가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승인 심사과정을 단축해주는 패스트 트랙에 올린 신약이다.
연구진은 과거 한두 차례의 호르몬 치료를 받은 477명의 폐경 후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선정된 절반에게 엘라세스트란트를 복용시키고 나머지 절반은 그들 주치의가 고른 호르몬 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엘라세스트란트 복용 환자의 경우 유방암 진행과 사망 위험이 30% 감소했으며 특히 과거의 호르몬치료에 의해 내성이 생긴 유방암환자에게 더욱 효과를 발휘해 진행과 사망 위험이 45%나 감소했다고 바르디아 박사는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엘라세스트란트를 복용한 환자의 22%가 유방암 진행이 12개월 동안 차단된 반면 다른 호르몬 치료를 받은 환자는 9%에게서만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의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으로 종양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환자의 경우엔 엘라세스트란트 복용그룹은 27%, 표준 호르몬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8%가 12개월 동안 암 발생 진행이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엘라세스트란트의 완승이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인해 유방암에 걸린 환자(ER+)에게는 암세포(종양)에 에스트로겐 공급을 차단하는 호르몬요법이 사용된다. 이 경우 종종 ESR1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 수용체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해 해당 암세포가 내성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엘라세스트란트는 그렇게 내성을 갖는 환자에게 더욱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엘라세스트란트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이다. 이번 임상시험 대상 환자 중 25%가 해당 부작용을 호소했으나 너무 심각해 임상시험을 포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바르디아 박사는 밝혔다.
미국 뉴욕에 있는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찰스 샤피로 교수는 엘라세스트란트가 매달 두 차례 엉덩이 주사로 투약 되는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호르몬치료의 대체치료법인 화학요법과 비교연구가 빠져 있는 결함을 지적하며 화학요법의 무진행생존률(PFS)이 8~9% 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바르디아 박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ER+ 유방암 환자에 대한 치료지침은 우선적으로 호르몬치료제를 사용하는 내분비치료법을 적용하되 내분비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에 한해 화학요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화학요법이 표준 내분비치료법보다 독성이 강한 반면 종종 효과는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