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여성 혈압 상승 부른다" (연구)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성인의 혈압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며 특히 여성의 혈압상승 수준이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심장학회(AHA) 학술지인 《순환(Circulation)》에 발표된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루크 래핀 혈압장애센터 공동소장과 동료들은 팬데믹과 혈압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건강검진업체인 ‘퀘스트 다이어그노틱스’사의 2018~2020년 3년간의 혈압 데이터를 분석했다. 기업의 사내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건강검진을 토대로 한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미국 내 50개주 평균 46세 성인 약 46만4600명의 혈압 기록이 담겨있다.
연구진은 팬데믹 이전에 안정적이던 혈압이 2020년 4월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가 발효되면서 그해 연말까지 꾸준히 상승했음을 발견했다. 이는 상위(수축기)와 하위(이완기) 수치 모두에 해당됐다. 2020년 4월~12월 수축기 측정치가 매달 평균 1.10~2.50㎜Hg씩, 확장기 측정치는 매달 평균 0.14~0.53㎜Hg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9개월에 걸친 이 기간 혈압이 크게 상승한 사람이 전체의 27%를 차지했다.
전반적 혈압 상승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연령대에 걸쳐서 모두 관찰됐지만 특히 여성의 경우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 수치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년층일수록 상층부 숫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젊은 층일수록 하층부 숫자가 뛰는 경향을 보였다. 래핀 소장은 “여성 혈압이 더 현저하게 증가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팬데믹이 여성, 특히 일하는 여성에게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베이스는 직장인 대상 건강검진의 결과물이다.
래핀 소장은 “이번 결과가 특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 봉쇄로 인해 대부분 사람의 식습관이 나빠졌고, 수면의 질이 떨어졌으며 스트레스도 증가했으며 운동공간의 장기간 폐쇄와 의료서비스의 제한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과 새로운 치료법의 도입으로 일상생활이 재개됐기에 2021년에는 지속적 혈압상승 추세가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대규모 인구 집단에 걸쳐 혈압이 조금만 증가해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승은 장기적인 영향을 낳을 수 있다”면서 팬데믹이 끝난 뒤 심혈관질환 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 https://www.ahajournals.org/doi/10.1161/CIRCULATIONAHA.121.057075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