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축복?'... 아미시 신도 유전자 풀에서 심장병에 강한 변이 발견(연구)
종교적 이유로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18세기적 전원공동체로 살아가는 아메리카대륙의 아미시(Amish) 신도들은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의학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비슷한 생활 방식으로 무병장수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고유한 유전자 풀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들 아미시 신도들 약 7000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추고 심장병에 걸리지 않게 도와주는 유전변이가 발견됐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2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미국 메릴랜드대 메이 몬태서 교수팀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이 변이유전자를 활용한 새로운 심장병 치료법 개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긍정적 전망도 내놨다.
몬태서 교수가 이끄는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아미시 신도들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 삶에 충실한 구제도파 아미시(Old Order Amish) 신도 3만5000명의 게놈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구제도파 아미시 교도 6890명의 단백질 유전정보가 담긴 엑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B4GALT1라는 유전자의 독특한 변이를 발견했다.
B4GALT1는 체내 갈락토스(단당류의 하나)를 단백질로 전환시키는 효소 생성과 관련한 유전자이다. 조사대상 아미시 신도 중 약 6%에서만 발견된 이 변이는 나쁜 콜레스테롤(저밀도 지방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의 비중을 낮춰주는 동시에 혈액 응고와 관련된 심혈관 위험인자인 피브리노겐 감소와 관련이 크다는 잠정적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은 이어 50만 명의 유전자정보가 담긴 미국과 영국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변이에 대한 정보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유전자 변형이 관상동맥 심장병의 위험을 상당히 감소시킴을 발견했다. 아미시 교도가 아닌 일반인 중에선 14만 명 중 8명꼴로 극소수에서만 발견된 이 변이를 지니고 있을 경우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35%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유사한 유전적 돌연변이를 유도한 뒤 그 효과를 살펴보는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돌연변이가 발생한 생쥐의 경우 LDL과 피브리노겐의 수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몬태서 교수는 이 유전자 변이를 지닌 사람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건강하며 아직까지는 어떤 단점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미국 건강의학웹진 ‘헬스 데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해당 변이가 LDL과 피브리노겐의 비중을 낮추는 메커니즘을 파악해 동일한 효능을 지닌 약을 개발하는 것과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을 통해 인위적으로 이 변이를 일으켜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몬태서 교수 및 다른 전문가들은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