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치매까지.. ‘최악의 질환’ 위험 높은 ‘이 병’은?
당뇨병은 환자가 많은 ‘흔한’ 병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병이기도 하다. 관리를 잘 못하면 혈관에 문제가 생겨 동맥경화증, 시력 상실, 만성 신부전, 발가락 절단 등으로도 악화될 수 있다. 더욱이 췌장암에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혈당 조절과 더불어 혈압, 고지혈증의 조절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 1370만 명이 당뇨병·당뇨 전 단계... 혈당 관리 비상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500만 명이 당뇨병 환자다. 2018년 기준 30세 이상 7명 중 1명이 당뇨를 앓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870만 명)까지 포함하면 1370만 명이 당뇨병과 관련되어 있다. 고지방 식사와 운동 부족으로 인해 살이 찌고, 스트레스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 당뇨병이 ‘치매 위험’까지 높이는 이유는?
당뇨병이 뇌 속에 치매 유발 물질을 만들고, 뇌 혈액 공급에도 영향을 줘서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또 당뇨병 전 단계에서 혈당 정도와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의미 있게 높인다는 논문이 발표됐다(미국당뇨병학회 학술지). 당뇨병이 악화할수록 치매 발병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특히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등 동반 질환이 있으면 단순히 당뇨병만 앓을 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다.
또한 당뇨병에도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치료 중인 5년 미만 당뇨병 환자보다 높았다. 이는 당뇨병을 잘 관리하면 초기에는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지면 치매 발병 위험 역시 높아질 수 있다. 당뇨병이 노화를 가속화해 치매 발병을 높인다는 기존 가설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치매 예방을 위해 당뇨병 전 단계를 무시하지 말고 당뇨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혈당 관리를 잘 해야 한다.
◆ 췌장암 환자의 당뇨 유병률, 정상인의 3배 이상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당뇨는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과 연관된 2차적인 내분비 기능 장애가 당뇨를 일으킬 수도 있다.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1.8배 높아진다. 국내 췌장암 환자의 당뇨 유병률은 28~30%로 일반인(7~9%)의 3배 이상이다
5년 이상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췌장암을 진단 받기 2년 전쯤 흔히 당뇨가 발생하는데,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하면 3개월 이내에 당뇨가 호전되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를 오래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단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췌장암 발병 위험 ‘가장 높은’ 사람은?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은 담배다. 흡연을 하면 췌장암 상대 위험도가 최대 5배로 증가한다. 담배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췌장암의 3분의 1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다. 지금 담배를 끊어도 10년 이상이 지나야 췌장암 위험이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는 사람만큼 낮아진다.
췌장암은 유전성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부모, 형제, 자매 등 직계 가족 중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 나이와 상관없이 둘 이상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 변형이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몇 십 년 동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당뇨병, 가족력까지 있으면 췌장암 위험이 치솟는다. 의사와 상의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담배를 당장 끊고 철저하게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병’이라고 한탄만 하지 말고 당뇨병·당뇨 전 단계를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