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은 습성 황반변성, 효율적 치료법은?
선진국 노인의 실명 원인 1위 안과질환인 '습성 황반변성', 그 만큼 유병률도 높고 치료도 쉽지 않다. 재발 역시 잦은 황반변성을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망막 아래층에 노폐물(드루젠)이 침착되는 건성 황반변성을 지나, 혈관 사이를 가로 막는 방벽이 약해지면 신생 혈관이 자라 들어와 출혈·삼출물 등으로 세포가 파괴되는 습성 황반변성에 이르게 된다. 습성 황반변성은 전체 황반변성의 10%에 불과하지만, 이 시기 실명 위험이 증가한다. VEGF 물질이 주 원인이므로, 이를 차단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의 표준치료요법은 anti-VEGF 약물 주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정적으로 주사를 투여하는 요법은 매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크다. 이로 인해 최상의 치료 효과를 내면서 환자의 부담은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 요법이 발전하고 있다.
한 달 간격으로 주사하는 고정주기 요법의 어려움 때문에 주사 투여 횟수를 줄이는 PRN 요법이 시도됐다. 매달 환자가 방문해야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때그때의 상태를 확인해 주사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이 요법의 유용성을 확인한 연구에 의하면 시력 예후는 고정주기 요법과 유사하면서도, 치료 횟수는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매달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전문의는 "고정주기 요법은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매달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담이 크고, 과잉치료(overtreatment)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PRN 요법은 고정주기 요법보다 투여 주기는 줄지만 여전히 모니터링을 위해 매달 환자가 내원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환자들이 매달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충분한 치료(undertreatment)를 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최신 치료법은 T&E(Treat and Extend) 요법이다. T&E 요법은 첫 3개월 간 매월 1회 주사를 투여하고, 이후 시력 및 해부학적 검사결과에 대한 의사의 판단에 근거해 2주 혹은 4주씩 투여 간격을 점진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선제적 투여 요법이다. 진료를 위해 내원한 날 주사를 투여 받고 모니터링을 통해 다음 투여 시점을 결정한다. 환자의 상태가 좋으면 치료 주기를 늘리고, 악화됐을 땐 재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를 짧게 단축하는 방법이다.
즉, T&E 요법은 기존 요법보다 환자의 병원 방문 횟수가 줄고, 점진적으로 주사 횟수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시력 개선 효과를 유지하고 재발을 막는 데도 유리하다.
안과 전문의는 "고정주기 요법의 대안인 PRN은 치료 횟수가 줄어 비용 부담은 줄지만 시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이를 절충한 것이 T&E 요법으로, 사람마다 재발 간격이 다르고 치료 구간이 다르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으로 간격을 조정할 수 있다. 각 환자의 재발 간격은 일정하게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T&E 요법을 통해 재발 지점을 찾고, 맞춤형 치료 간격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T&E 요법에 사용되는 치료제인 아일리아(Eylea)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무작위배정 4상 임상시험에 의하면 T&E 요법은 시력과 해부학적 검사에 근거해 투여 간격을 조정하면서,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주사 치료 횟수와 불필요한 방문 부담이 줄면서도 환자의 시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안과학회는 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을 권장하고 있다. 외래 방문이 줄면 코로나 감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T&E 요법이 습성 황반변성 환자들의 더욱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