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골프 라운딩인데 팔꿈치가 아프다면...
[골프의학硏의 몸지키는 골프] ⑨팔꿈치 통증
요즘 코로나19 여파와 골프 인구의 증가로 골프장 부킹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골프가 귀족 스포츠에서 대중 스포츠로 바뀌었구나 하는 점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의 간판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통계를 찾아보니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추산한 현재 대한민국 골프 인구는 515만 명이라고 한다. 2009년 293만 명에서 12년 만에 76%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30세대에서의 골프의 인기는 115만 명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가히 폭발적이며,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진료실에서도 골프와 관련된 통증과 부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음을 생생히 체감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골프가 무슨 운동이 되냐”라고 하는데, 골프는 부드러움과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는 온몸운동이다. 몸통과 팔다리의 역동적인 조화 속에 ‘굿샷’이 탄생한다. 반면 잘못된 스윙은 부상을 일으킨다. 골프 부상은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목, 허리, 늑골, 어깨, 팔꿈치, 고관절, 무릎, 발목, 손목…. 골프가 통증을 일으키는 곳은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관절을 다 열거해도 모자를 정도다.
이 가운데 팔꿈치 통증은 수많은 골퍼를 고민에 빠뜨린다. 일반인들이 익숙한 팔꿈치 통증의 대명사는 ‘엘보’일 것이다.
아픈 부위에 따라 바깥쪽은 ‘테니스 엘보’, 안쪽은 ‘골프 엘보’라고 부르는데 의학적 명칭은 ‘외측 상과염’, ‘내측 상과염’이다.
외측상과염 환자 중에는 “테니스도 안 치는데 왜 아프냐”라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테니스 선수들 가운데 흔해서 이름이 붙었겠지만, 골퍼에게도 잘 생긴다. ‘골프 엘보’라는 표현은 필자가 1980년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듣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골프는 귀족 스포츠의 대명사처럼 여겨졌고 그만큼 골프 인구가 적다 보니 골프와 관련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상과염은 윗팔뼈 아래, 관절의 튀어나온 부위에서 손목이 굽거나 펴는 데 필요한 힘줄이 붙는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환자들이 왜 아프냐고 물어보면 “인대에 염증이 생겨서”라고 설명한다.
진단은 어렵지 않다. 상당수 환자는 이미 자가진단을 하고 내원한다. 인터넷에서 이미 검색한 뒤 확인하러 오는 것이다. 환자가 내원하면 우선 자세한 문진을 한다. 직업은 무엇인지, 골프 구력은 얼마나 되는지, 핸디캡은 얼마인지, 연습은 얼마나 하는지, 처음 아프기 시작했을 때 다른 원인은 없었는지, 골프 이외에 다른 운동이나 취미생활은 없는지…. 이렇게 자세한 문진이 필요한 이유는 팔꿈치의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골프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팔꿈치 통증은 직업상 팔을 많이 쓰거나 골프 이외 다른 운동으로도 많이 생기며 컴퓨터 사용자, 요리사, 주부 등에게서 빈번하다.
눈으로 살펴보거나 만져보는 등의 이학적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팔꿈치 상과 부위의 압통이다.
엑스선 검사를 시행해서 석회, 골관절염, 퇴행성 뼈돌기(골극) 등이 있는지 확인하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인대의 부종, 염증, 파열 등을 확인한다. 간혹 초음파 검사에서 생각지 못했던 석회성 병변이나 결절종 같은 병변이 발견되기도 한다. 추가적으로 검사가 필요하다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볼 수 있는데 이는 진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인대의 손상 정도를 확인하고 수술 전 정밀하게 병변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악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제1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환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어떤 환자들은 “중요한 골프 약속을 앞두고 있는데…”하면서 아프지 않게 연습하고 라운딩하는 방법을 묻곤 한다. 그럴 때는 난감하다. 필자도 골프를 오랫동안 쳐왔던 골프 매니아의 한사람으로 그렇게 질문하는 환자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가능하면 쉬라고 권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우선 가벼운 어프로치나 퍼팅 위주로 연습하라고 권고하는 정도로 원칙과 현실을 조율한다.
간단한 스트레칭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팔꿈치 바깥이 아프면 팔꿈치를 뻗고 엄지손가락이 바닥을 향하게 팔을 최대한 안으로 돌린 상태에서 반대쪽 손을 이용해 손목을 최대한 당기고 10초 정도 지탱하기를 되풀이한다. 팔꿈치 안이 아프면, 엄지손가락이 바깥을 향하게 최대한 회전시킨 상태에서 반대쪽 손을 이용해 최대한 늘리는 것을 반복한다. 팔꿈치 보조기나 테이핑도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우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물리치료는 효과가 작은 것 같아서 잘 안 권하는 편이다.
약물 및 충격파 치료에도 증세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주사 치료를 시도해본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효과는 빠르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할 때마다 약간의 고민을 하게 된다. 대안으로 증식치료가 있다. 포도당 주사를 이용한 증식치료는 치료 과정 중에 통증과 불편감이 크기 때문에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원망을 받기 일쑤이기 때문에 잘 하지 않는 치료다. 그 이외에도 PRP(platelet rich plasma), PDRN 주사, 콜라겐 주사 등 다양한 주사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답은 없는 듯 보인다. 치료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치료가 어렵고 잘 재발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존적 치료에 최선을 다해도 낫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통증이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으므로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에서는 골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골프 라운딩 전 스트레칭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팔꿈치는 동적(Dynamic), 능동적(Active)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골프장에서는 캐디의 구령 아래 정적(Static), 수동적(Passive)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잘못하면 라운딩 시작 전에 부상이 생길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치료 목적의 스트레칭 방법과 엇비슷하지만, 반대쪽 손의 도움 없이 짧은 템포로 회전을 되풀이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골프장에서 한 가족으로 보이는 부부와 아들딸이 담소를 나누며 라운딩하는 모습을 가끔씩 본다. 나이가 들어도 아프지 않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이 있다면 무엇이 부러울까. 그러기 위해선 통증이 생기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쉬는 여유도 필요하다. 오래 즐기기 위해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이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골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