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초기일수록 스마트폰 앱 적극 배워야 하는 이유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노인에게 보조기억 장치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게 하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노인학회지(JAGS)》에 게재된 미국 베일러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 전공 마이클 스컬린 교수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헬스 데이가 18일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초기 단계 치매나 경미한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노인 52명에게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법과 2개 앱 사용법을 가르쳤다. 2개 앱은 예정된 행사에 대한 알림 서비스를 해주는 일정관리 앱과 디지털 음성녹음 앱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으나 통화와 문자, 사진촬영 같은 기본 기능만 사용했을 뿐 앱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연구진은 전화기를 켜는 방법에서 시작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앱 사용법까지 가르친 결과 대부분이 너무 어렵지 않게 습득하는 것을 발견했다. 스컬린 교수는 “바퀴를 재창조하려는 게 아니라 (바퀴를 사용할 수 있게) 집 앞 계단까지 모셔다 드렸을 뿐이다. 뜻밖에도 대부분 노인은 바퀴를 굴리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참여 노인들은 알림 앱 또는 녹음 앱 중 하나를 사용하도록 무작위로 선정됐다. 예를 들어 녹음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후 7시가 되면 동생에게 전화하겠다”는 의도를 미리 녹음해 뒀다가 해당 시간에 이를 환기 받을 수 있게 유도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참가자들은 특정 요일에 연구용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특정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라는 미션이 부여됐다.
4주가 지난 뒤 두 가지 앱 사용 그룹 모두에서 이런 미션 수행을 절반 이상 달성했다. 이는 과거 가벼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사한 기억과제를 할당했을 때 달성률이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비율이었다.
참여자의 3분의 2는 자신들의 일일 기억능력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두 가지 앱 모두 사용자 친화적인 것으로 밝혀졌고, 일상 업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줬다. 4주간 연구가 끝나자 참여자들은 삶의 질이 더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비영리재단인 ‘알츠하이머 약물 발견 재단’의 창립 이사인 하워드 필릿 박사는 노인들이 새로운 기술 습득에 뒤처진다는 생각은 ‘미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을 먹거나 중요한 전화를 거는 것 같은 일상적 기억을 돕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데이터를 수집해 알츠하이머를 더 빨리 진단하게 해주는 디지털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알츠하이머협회 베스 킬마이어 부회장은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과 GPS와 같은 기술이 도움이 된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환영했다. 하지만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당 논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 https://ags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gs.1755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