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지나면 당뇨병 쓰나미 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유엔(UN)과 세계보건기구(WHO)및 국제당뇨병연맹(IDF)이 당뇨병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1991년 제정했다. 11월 14일이 선택된 것은 당뇨병 발병과 치료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슐린을 발견해 1923년 노벨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생리학자 프레데릭 밴팅의 생일을 기린 것이다. 밴팅이 인슐린을 발견한 해가 1921년이니 올해가 인슐린 발견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국의 CNN은 이를 기념해 이날(현지 시간) 코로나19 시대의 당뇨병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한 세기에 걸친 치료, 교육, 예방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암울한 통계로 가득했다.

IDF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성인 환자의 숫자는 약 5억3700만 명. 이 수치의 43%는 당뇨병에 걸렸지만 아직 진단받지 못한 수치까지 포함한다. 어쨌든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로 고생 중이란 소리다. IDF는 이 수치가 불과 3년 뒤인 2024년이면 성인 8명 중 1명 꼴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앤드류 불튼 IDF 회장(영국 맨체스터대 의대 교수) CNN과 인터뷰에서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은 만큼 당뇨병의 고삐가 어느 정도 잡혔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대유행병(팬데믹)이라고 불러야할 정도로 전례 없는 확산”이라고 말했다.

IDF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700만 명에 가까운 성인이 당뇨병이나 그 합병증으로 숨졌다. 올해 어떤 이유에서든 사망한 세계인 10명 중 1명 이상이 당뇨병 때문에 죽었다는 소리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수치에는 당뇨병환자에게 치명적이었던 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제1형이나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질환자가 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더 높아진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 중 40%가 당뇨병 환자였다.” 미국당뇨병협회(ADA)의 최고과학의학책임자인 로버트 가베이 박사의 이 발언은 오싹하기까지 하다. 불튼 회장은 “코로나19로 당뇨검진을 놓치거나 미룬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2년 동안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쓰나미가 몰아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해 당뇨병에 걸리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가베이 박사는 그 우려에 무게를 더 실어줬다. 불튼 회장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유도되는 당뇨병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중증으로 입원한 환자 중 무려 14%가 나중에 당뇨병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에 걸린 아기, 어린이, 성인에게서 새로운 1형 또는 2형 당뇨병 사례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올해 10월 발표되기도 했다.

물론 주범은 코로나19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가베이 박사는 말했다. 코로나19 환자의 혈당 이상은 감염의 스트레스와 코로나19 염증을 퇴치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인체의 인슐린을 생성하는 기관인 췌장의 췌도에 있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해 인슐린 생산을 직접적으로 방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가베이 박사와 불튼 회장은 입을 모았다.

당뇨병 환자 증가 추세를 되돌리려면 조기 확인이 필요하다. 당뇨병 이전 단계에서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주효하다. 몸이 불규칙한 혈당으로 인한 손상을 겪기 전이고 생활습관 교정으로 정상적 몸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튼 회장은 “몇 년 전 핀란드에서의 연구 결과 약간의 혈당상승이 있던 사람들이 합리적 식단과 규칙적 운동만으로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54%나 줄였다”면서 “이 단계에선 굳이 힘겹게 운동하지 않아도 버스 타는 대신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기 처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2개의 연구는 매일 식단에 약 3분의 1 컵 분량의 과일이나 야채를 첨가하는 것만으로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25% 낮추고 갈색빵이나 오트밀 같은 통곡물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는 그 위험을 29%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가베이 박사는 “심지어 당뇨병에 걸렸더라도 식이요법, 운동, 스트레스 감소와 적절한 약물 사용만 잘해도 증세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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