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날, 고기 입맛 당기는 까닭은?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97호 (2021-11-01일자)
세계 비건의 날 Vs 한우의 날
무슨, 무슨 날도 많지만 11월이 시작하는 오늘은 부딪힐 수 있는 두 날이 함께 있네요. 오늘은 ‘세계 비건의 날’이면서 ‘한우의 날’입니다.
세계 비건의 날은 1994년 비건 소사이어티가 창립 50돌을 맞아 제정한 날입니다. 10월 1일 ‘세계 채식의 날’과는 또 다른 의미의 날이지요. 비건은 채식주의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모든 동물의 고기와 계란, 우유 등 직접 부산물뿐 아니라 치즈, 젤라틴, 유청 등 간접 생산물도 먹지 않지요?
건강을 위해선 붉은 살코기만 먹지 않는 폴로 베지테리안이나 해산물은 먹는 페스코, 채식과 육식을 유연하게 먹는 플렉시테리안, 유제품을 먹는 락토, 계란을 먹는 오보 등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기후환경 보존 △동물복지 배려 △지구 전체의 축산업에 따른 기아인구의 증가 등을 넓게 보면, 비건의 신념에 어깃장을 놓을 수도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기가 당깁니다. 아무리 육류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도, 한우 이야기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사람이 적지 않지요. 왜 많은 사람들은 붉은 살코기를 맛있게 느낄까요?
첫째, 진화의 흔적이 녹아있는 유전자들이 원하기 때문일 겁니다. 채식주의자들은 반대 논리를 대지만, 아직까지 의학계에서는 육류가 ‘영양소의 백화점’이어서 비타민과 단백질, 아미노산 등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재료라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사람은 진화에 적합한 방식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생존에 가장 좋은 음식을 맛있게 느끼도록 세팅됐다는 설명이지요.
특히 육류에는 뇌가 요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풍부한데, 최근 미국 뉴욕 주립대 빙엄턴 캠퍼스 연구진은 고기를 덜 먹는 젊은이들은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장내 세균들이 육류를 원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웰니스 연구소 마이클 로리전 박사는 “육류에는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옮기는 데 필요한 카르니틴과 생체막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인 레시틴, 콜린 등이 장내의 특별한 세균들과 작용해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육류에 대한 중독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이밖에 육류에 대한 식습관이 대대로 식탁을 통해서 이어지면서 고기에 대한 사랑이 쌓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고기에 대한 사랑에 역사가 녹아있다면 인종과 민족,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겠지요. 한국인들이 한우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수도 있겠고요.
그렇지만 20세기부터 인류는 영양 부족의 시대에서 과잉의 시대로 급격히 바뀌어서 이전의 논리들이 무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고기 사랑은 어떤 사람에게선 피할 수 없는 유혹이고, 어떤 사람은 참을 수 있는 습관이라는 것도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분은 오늘 지구와 동물을 생각하며 채소만을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하루쯤, 할인행사하는 한우를 드시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기분 좋게 하시길 빕니다. 신념을 지키되, 반대편 믿음을 미워하지는 않으시기를,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오늘의 음악]
오늘, 11월 1일은 두 가수의 기일입니다. 1987년 천재 가수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요절했고, 그를 아꼈던 김현식은 간경변증으로 3년 뒤 같은 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