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술’은 건강에 좋다? 음주의 딜레마
"술도 적당히 마시면 몸에 좋아" 애주가들이 음주를 옹호하면서 하는 말이다. 가볍게 마신다는 술이 과음으로 이어지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술을 마셔야 할까?
사실상 술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의 대사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소량의 음주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한 음주’는 하루 한 잔(여성) 혹은 두 잔(남성)이다. ‘저위험 음주’는 여성의 경우, 하루 석 잔 이하, 일주일에 일곱 잔 이하이며 남성은 하루 네 잔, 일주일 14잔 이하다.
그러나 암 예방에 관한 한 술은 '적당량'이 통하지 않는다. "암 예방을 위해 하루 1~2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라는 문구가 우리 정부가 정한 '국민 암예방 수칙'에 들어 있다. 미국, 유럽 국가들의 암 예방 수칙도 마찬가지다. 유럽 암예방수칙(ECAC)에서는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마시지 않는 것이 암 예방에 좋다’고 명시돼 있다.
음주는 현재까지 60가지 이상의 질병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췌장염,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뇌졸중, 뇌출혈, 고혈압, 각종 암 등이 음주로 인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질병들이다. 음주 운전이나 음주와 관련된 폭력 행위,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성 등의 정신사회적 문제 역시 음주와 관련된 질환으로 볼 수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여러 암의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암으로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직장암 및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유방암 등이 있다. 하루에 50g정도의 알코올 섭취를 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암 발생의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한다.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할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진다.
가벼운 음주가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이 복부비만과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국내 연구팀의 연구결과,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30g(소주 약 2.5잔 또는 맥주 2캔) 이상인 남성은 음주를 하지 않는 남성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1.9배 높았다.
문제는 하루 소주 1∼2잔(알코올 15∼29.9g)을 마신 여성이라도 비음주 여성보다 혈압 위험이 3배, 높은 공복혈당 발생 위험이 2.1배였다. 남녀 모두 술을 가볍게 마시면(하루 알코올 15g 미만 섭취)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증거는 이번 연구에서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