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이유로 백신 거부해야할까?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백신접종과 부작용의 인과성

[사진=뉴스1]
천연두(Small pox)는 심한 발진과 농포(고름), 고열을 증상으로 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감염력과 치사율이 모두 높아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혔다.

그래서 청나라에서는 후계자를 정할 때, '천연두를 앓고 회복한 왕자를 우선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또, 스페인 침략자가 중남미를 빠른 속도로 정복한 것에도 천연두는 화약무기와 함께 큰 몫을 담당했다. 스페인 침략 이전 신대륙에는 천연두가 없어 집단면역을 전혀 지니지 못한 원주민 사회가 스페인 침략자를 통해 창궐한 천연두에 붕괴했기 때문이다.

물론 구대륙에서는 천연두가 오랫동안 창궐한 질병인 만큼 인류도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천연두에 걸렸으나 병세가 심각하지 않아 손쉽게 회복한 환자의 고름을 채취하여 아직 천연두를 앓지 않은 사람에게 접종하는 방식으로 원시적인 백신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제로 천연두가 발병할 위험이 컸다. 그래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 대신 우두(Cow pox,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소에서 일으키는 질병)에 걸린 소의 고름을 이용하는 방식이 18세기 후반 개발됐고, 에드워드 제너가 유럽과 미국에 보급했다.

제너가 보급한 종두법은 크게 성공하여 천연두의 공포에서 인류를 해방했다. 그러나 제너를 비롯한 '백신의 선구자'는 백신이 면역을 만드는 원리를 알지 못했다. 천연두가 어떻게 감염되고 종두법은 어떤 방식으로 천연두에 감염하지 않고도 면역을 획득하게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천연두는 한 번만 걸린다,’ ‘우두는 인간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 ‘우유 짜는 농부처럼 우두에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 같은 ‘경험적 관찰’에 기반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적 관찰’은 종종 오류를 만든다. 예를 들어 중세와 르네상스에서는 ‘상처에 생기는 냄새 좋은 고름은 정상적인 치유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상처감염이 너무 흔해서 비교적 약한 균에 감염하여 ‘냄새 좋은 고름’이 나오면 적지 않은 환자가 회복하지만 녹농균처럼 ‘역한 냄새나는 고름’을 만드는 세균에 감염하면 대부분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의사는 ‘냄새 좋은 고름’을 구해 상처에 바르는 ‘이상한 치료’를 시행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원리를 규명하지 못한 경험적 관찰’로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두 사건이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려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연가가 금연을 결심하고 실행한 후, 1주일 만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경우, ‘원리를 규명하지 못한 경험적 관찰’에만 의존하면 “금연이 심근경색의 원인이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비슷한 오해가 오늘날에도 드물지 않다. '암을 진단하면 빨리 죽는다'는 낭설이 대표적이다(암을 진단하니 한층 빨리 사망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진단했을 무렵에는 상당히 진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람이 백신 때문에 사망했다”는 주장을 살펴보면 심근경색, 대동맥박리, 지주막하출혈 등이 사망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세 질환 모두 별다른 초기증상 없이 심각한 상태까지 진행할 수 있어 최초의 증상이 심장정지인 사례가 드물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백신을 접종한 집단과 접종하지 않은 집단에서 발병률의 차이도 거의 없다. 즉 우연히 겹친 사건일 뿐, 백신과 사망이 원인과 결과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다.

어느덧 60%를 넘는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많은 사람이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러나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살펴봐도 백신을 원인으로 하는 사망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도 '인과관계'가 없거나 모호한 사례를 이용하여 공포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주장은 여전하다. 청소년층에 대한 접종이 본격화하며 그런 주장이 한층 악화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코로나19 대유행도 거의 2년에 다다르는 만큼 이제는 우리 모두 한층 성숙하고 차분하게 백신과 관련한 소문과 공포에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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