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헬스4.0 시대에 왜 의료상식이 필요한가?
[김성수의 미래의학]
상식(常識, Common sense)은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고 정의된다.
시대가 변하면 상식도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밝혀지는 지식과 이를 전달, 공유되는 양상에 따라 기존의 상식은 더 확실해지거나 수정되거나 폐기된다. 상식이 급격히 변환되는 과정이 ‘혁명’이라는 현상이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 사회, 조직 등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가 급격히 변한다. 이렇게 보면 ‘상식’이란 대단한 것 그리고 치밀하고 정밀하게 결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착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하게 바라보면 ‘상식’은 인간 개개인이 생존하기 위해 얻어진 경험(Data)에서 유발된 지혜(Wisdom)의 축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상식’이라는 개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한 본능 이외의 지식인 ‘상식’을 축적하고 정리해 왔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에서 유발된 데이터 축적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한 지식 증폭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이 커다란 변화의 물길은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은 바로 ‘상식적’이지 않은 질병의 양상과 그 파급력에 의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공포의 시작은 새로운 질병에 대한 지식의 부재에서 시작된 것으로 1980년대 중반의 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HIV 감염증)와 매우 유사하다. 그때도 공기전염이 된다느니, 접촉만해도 감염이 된다느니 지금 알려진 내용과는 전혀 다른 사실 때문에 환자들이 중세시대 나병환자와 같이 조리돌림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지금은 빠른 속도로 정보가 모이고 공유되고 원인바이러스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약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개발되고 제공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신정보’라는 미명으로 많은 가짜 뉴스와 특효약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으며 아직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건 바로 “이 병에 걸리면 죽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 실마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상식’이라는 개념자체가 인간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지식에서 시작된다. 좀 배고프고 재미없고 따끔한 정도의 상황이라면 ‘상식’의 변경을 요구할 정도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상식인, 걸리면 “죽는다”라는 사실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의료상식’은 ‘건강한 생존’에 밀접한 지식이기 때문에 다른 상식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즉, 인간의 기존 본능인 ‘생존’이라는 ‘목적’에 가장 충실한 ‘목표’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의료상식’은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지식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 ‘건강한 생존’을 이끄는 지식이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에 넘치는 의료상식’에 파묻혀 정보과잉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 따라서 ‘의료상식’은 ‘의료를 위한 상식’에 따라 정리돼야 한다. 잘못된 ‘의료상식은 사람을 죽이거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의 목적’은 “건강한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행위)”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타협할 수 없는 “의료를 위한 상식”이 필요한 것이다.
'의료를 위한 상식'을 정리해보면...
첫째, 의료지식은 풍부한 경험과 검증으로 증명된 것에 한정돼야 한다. 누군가가 최초로 발견한 지식이 처음부터 완전한 무결성을 가질 수는 없다.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검토되는 동료검증(Peer-Review)과 다양한 이상사례 수집과 분석검토를 통한 지식의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의료상식’에 ‘최신’이라는 명칭은 ‘비상식적’이다. 확실한 의료상식은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의 검증과 검토에 걸쳐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신’과는 동떨어져 있다. 여기에서 전문가는 바로 엄중한 ‘동료검증’에서 살아남은, 검증된 사람들이어야 한다.
둘째, 의료상식의 ‘결정’에 정치, 사회, 경제적 이득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책임’의 문제 때문이다. 흡연의 유해성을 증명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이와 관련된 경제적 이득 때문이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코로나 백신도 정치∙경제적 이슈와 관계 깊다. 위에 언급한 장기간의 경험 축적과 검증을 통해 허가돼야 하는 코로나 백신이 빨리 생산되고 이를 대량접종해 집단면역을 이끌겠다는 정책은 정치, 사회,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목표와 관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장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분석과 고려가 부실해서는 안 된다. 분명 모든 정책에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수는 회복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역사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실수는 목표와 다른 부차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서 유발된다. 보건의료에서 사회구성원의 “건강한 생존”을 대체할 다른 목표는 있을 수 없다. 더더욱 귀찮아서, 책임지기 싫어서 라는 이유로 계획이 성급히 수립되고 이를 ‘의료상식’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의료상식’은 ‘득(得, Win)’과 ‘실(失, Loss)’이 확실히 정의돼야 한다. 얻을 수 있는 이익만을 강조하고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특히 피해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아주 작다면, 이득이 크지 않더라도 득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고 부작용이 ‘0’에 수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적은 비율의 부작용발생 여부도 충분히 알려야만 한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식품이다. 거의 대부분의 건강식품은 어느 장기와 기능에 좋다는 문구만 강조되고, 문제가 생길 부분은 축소된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는 망막과 눈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는 강조되지만 과일의 일종이기 때문에 당뇨환자에서 혈당을 높이는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생약 성분’이라는 환상도 문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건성황반변성에 도움이 되는 루테인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양을 섭취하려면 하루 시금치 1kg, 브루콜리 10kg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 이 정도의 시금치를 매일 섭취한다면 신장결석이 생기거나 일부에서 우려하는 발암가능물질 니트로사민 섭취가 심각해질 것이다.
건강식품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은 식품에 포함된 유효물질이 적어서 약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의 양이 적기 때문은 아니다. 몸에 좋다는 비타민도 과용량을 복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생긴다. 눈과 피부에 좋다는 레티노이드가 임산부가 복용하면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알고 싶어하는 것, 듣고 싶어하는 것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불편한 진실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약은 혀에 쓰다.”
빅데이터와 네트워크의 시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도 소셜네트워크의 개념이 적용된 Health 4.0 시대로 진행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정보에 파묻히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무엇인가 불안감, 위화감이 점점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자유, 재미, 그리고 의욕을 잃고 있는 지금 상황은 자극적인 디테일에 몰입하기 쉽게 만든다. 하지만 그럴수록 ‘건강한 생존’을 위한 ‘상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상식’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