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살 잘 안 빠지는 과학적 이유 (연구)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기대 이상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과체중이나 비만일 때 그렇다. 최근 그 이유를 설명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밝혀졌다.
운동으로 살 빼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기존 논리는 이렇다. 운동을 통한 칼로리 소모량이 근본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식이요법이 더 중요하다는 점, 또 하나는 운동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더 먹게 된다는 점 등이다.
최근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저널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운동으로 살이 잘 안 빠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해당 논문에 의하면 우리 몸은 운동을 할 때 칼로리 소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칼로리 소모를 막기 위한 생리 반응이 일어난다.
연구팀이 성인 1754명을 대상으로 두 가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하나는 각 개인의 기초대사율로, 이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또 하나는 걷기와 같은 신체활동이나 운동 등으로 소모한 에너지의 양이다.
두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하루 동안 한 사람이 소모한 칼로리에는 우선 기초대사율이 포함돼 있었고, 이와 더불어 신체활동과 운동으로 소모된 칼로리가 있었다. 그런데 후자에 해당한 칼로리 소모량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특정 운동을 통해 소비될 것으로 예상되는 칼로리의 72%만이 실질적으로 소비된 것이다.
즉, 오늘 100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 운동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실질적으로 소모된 칼로리는 72칼로리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기대했던 것만큼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은 것은 우리 몸이 운동으로 빠져나간 칼로리를 보전하기 위한 전략을 쓰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즉, 면역시스템처럼 칼로리 소모를 유도하는 또 다른 우리 몸의 활동을 줄여 칼로리 소모량을 감소시켰을 것이란 추정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은 이번 연구 결과가 더욱 실망스러울만한 추가적인 이유가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운동으로 소모된 칼로리를 보상하려는 우리 몸의 전략은 체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더욱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비만인 사람들은 운동과 신체활동으로 태운 칼로리의 50퍼센트만 실질적으로 소모하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은 운동을 해도 살이 잘 안 빠진다고 호소하는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근거가 밝혀진 것이다. 안 그래도 갈 길이 먼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에게 운동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다이어트를 쉽게 포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체중이 어느 정도 줄어들 때까지는 운동을 통한 칼로리 소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되 기대치를 낮추고 식이요법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열쇠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