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치다 기름 튀었다면 ‘얼음찜질’ 해도 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절이면 어느 집이든 상에 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갖가지 종류의 전이다. 여럿이 둘러앉아 동태전, 호박전 등 전을 부치다 보면 손등에 기름이 튀기 십상이다. 전이나 튀김 요리를 하다 기름이 튀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에서 펴낸 《화상예방 및 응급처치 가이드북》에 따르면, 매년 국내에서 약 9800명의 중증 화상 환자가 발생한다. 화상 환자의 약 68%는 집에서 화상을 경험했으며, 환자의 59%는 커피, 컵라면 등 뜨거운 물 때문에 화상을 경험했다.

◆ 증상별 화상 단계
화상은 증상 정도에 따라 단계를 나눌 수 있다. 1도 화상 ‘표재성 화상’은 피부가 빨갛게 되면서 부어오르지만, 물집은 생기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통증 또한 약한 편이다. 염증이 없으면 일주일 이내에 흉터도 남지 않고 치유된다.

피부가 빨갛게 되고 상처가 붓고 물집이 생기면 2도 화상 ‘부분층 화상’에 속한다. 요리할 때 화상을 입는 경우 2도 화상이 많다. 표피 전층과 및 진피 상당 부분이 손상됐으며, 이후 색소침착이나 흉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 10~14일 이내에 완전 치유가 가능하지만, 깊은 2도 화상인 경우 상처가 얼룩덜룩해 2주에서 한 달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 세균감염이 일어나면 더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3도 화상 ‘전층 화상’을 입으면 진피 전층과 피하지방까지 손상을 입어 피부가 건조하고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변한다. 피부 괴사로 화상을 입은 부위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지만, 주변의 덜 손상된 부위는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위치나 범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4도 화상은 피부 전층과 근육, 뼈 등 심부 조직까지 손상된 상태로 3도 화상과 외형적으로는 비슷하다. 절단술이나 피부이식술, 조직편이술 등이 필요하며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 있다.

◆ 병원 가기 전 응급처치
기름처럼 뜨거운 액체에 화상을 입었다면 바로 흐르는 찬물에 20분 이상 담가 열기를 식혀야 한다. 이때 너무 차가운 물은 혈관을 수축하게 하고 수압이 지나치게 강하면 물집을 터뜨릴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옷을 입고 있는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면, 옷을 억지로 벗기지 말고 가위로 잘라 제거한다. 열과 접촉 시간이 줄어들어 피부 손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피부가 부어오를 수 있으니 시계나 반지 등 장신구는 미리 빼놓는 것이 좋다. 특히 금속 장신구는 열전도율이 높아 즉시 제거해야 한다.

다만, 얼음을 화상 부위에 직접 대는 방법은 좋지 않다. 베스티안서울병원에 따르면, 얼음찜질로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상처 주변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즉, 피부에 손상을 입히고 얼음이 피부 재생에 필요한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화상 부위가 넓다면, 몸 전체를 찬물에 담그면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으므로 흐르는 물을 고르게 뿌려 식힌다.

화상 부위는 깨끗한 거즈로 감싼 뒤 병원을 방문한다. 다만, 접착력이 강한 드레싱은 교환할 때 상처 치유에 중요한 표리가 제거돼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다.

◆ 주의해야 할 민간요법
물집은 화상 부위에 세균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새 피부가 나오는 데 도움을 준다. 물집이 거슬리더라도 임의로 터뜨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물집을 불필요하게 제거하면 세균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화상을 입은 부위를 알코올로 소독하는 것은 어떨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소주 등 알코올로 소독하면 모세혈관을 확장해 부종이 더욱 악화되고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된장, 간장 등도 바르지 않아야 한다. 감자나 오이, 알로에 등 햇볕에 피부가 탔을 때 사용하는 민간요법 또한 물집이 잡힌 화상에는 오히려 상처 염증이 깊어지고 감염 등 2차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 밖에 치약과 참기름·담배 속·황토·오소리기름 등 수많은 민간요법이 있는데, 모두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감염이 생기거나 화상이 깊어지면 오히려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흉터가 심하게 남는다.

얕은 화상인 경우 감염을 방지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피부가 재생될 수 있다. 일반 소독의약품도 알레르기 반응으로 접촉성 피부염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상처치료제 및 소독의약품 모두 전문가와 상의한 뒤 사용한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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