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닮은 꼴 100만 개 발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의 핵심을 이루는 절단효소 카스9(Cas9)의 진화적 기원을 탐구하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100만 개 이상의 잠재적 유전자가위들을 발견했다고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스9 효소는 특정 DNA 염기서열을 찾고 절단하도록 안내하는 한줄기의 RNA와 팀을 이뤄 유전체를 절단한다. 이렇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를 잘 조정하면 연구자들이 수정하고자 하는 유전체 영역을 손쉽게 절단할 수 있기에 Cas9 효소를 활용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9일 《사이언스》에 발표된 MIT의 분자생물학자인 장펑 교수 연구진의 논문은 이 Cas9 효소의 기원을 추적하다가 Cas9 효소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IscB라고 불리는 단백질 계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발견을 주도한 3인방 중 한 명인 장 교수는 이번 연구로 “유전체 편집에 활용될 수 있는 더 많은 가위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크리스퍼는 원래 박테리아와 고세균이라고 불리는 단세포 세균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생물 방어시스템의 하나였다. 바이러스는 세균에 침입해 자신의 DNA를 심어놓고 세균을 죽이는 대신 자신을 재조립해 세균 밖으로 뛰쳐나간다. 세균은 이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의 특정 DNA를 절단해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한효소를 분비한다. Cas9은 이런 제한효소 중의 하나이다. 유전공학자들이 이를 활용해 유전자를 편집할 때 쓰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컴퓨터 분석을 통해 Cas9이 아마도 IscB 계열의 단백질군으로부터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까지 IscB 단백질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IscB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DNA가 종종 그들이 ωRNA라고 이름 붙인 RNA분자를 형성하는 DNA 인근에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또한 IscB 단백질 중 일부가 마치 Cas9과 길잡이 RNA처럼 ωRNA의 염기서열에 의해 지정된 부위에서 DNA를 절단할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와 별도로 TnpB라고 불리는 또 다른 단백질군이 또 다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효소인 카스12(Cas12)의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들 중 일부가 ωRNA에 의해 유도돼 특정 부위의 DNA를 절단할 수 있다는 것 알아냈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TnpB 단백질의 암호를 전달할 수 있는 100만 개 이상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일부 유기체는 이러한 유전자의 100개 이상의 복사본을 포함하고 있다고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수미야 카난(Soumya Kannan)이 밝혔다.

IscB 유전자는 박테리아와 고세균 뿐만 아니라 조류 세포 안에 있는 광채집 엽록체에서도 발견됐다. 이러한 유전자 편집 시스템이 진핵생물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그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놀라운 결과이다. 장 교수는 “강연을 할 때 항상 진핵세포에서도 크리스퍼 활동이 목격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제 드디어 ‘네’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 가위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비하면 효율은 낮지만 다양성을 확보하게 해줬고 일부 응용 분야에선 유용한 대체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동시에 호주국립대학의 캐탄 버지오 교수의 표현처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어떻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됐는지”를 알려주는 경이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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