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의견 팽팽한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국민 의견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3일,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의료계 주요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복지위는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의료분쟁 발생 시 적정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의결됐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범죄행위나 의료과실 유무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고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촬영 요건과 관련해서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해당 수술장면을 촬영하도록 의무화한다. 다만,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있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보건복지위원회가 작년 11월 처음 이 법안 심사를 시작했을 때는 여야 간에 적지 않은 이견이 있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관점에서, 여야가 전문가와 의료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끊임없는 토론과 협의를 진행해 9개월 만에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법안이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시행으로 인해 강제된 감시 환경 아래 최선의 의료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를 모두 감시 하에 놓고 행위 하나하나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이 제도는 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가급적 기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다 확산시킬 것이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한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에서의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 중요한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24일 오전 “국회는 강행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법사위 상정을 위한 숙려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1인 시위를 펼쳤다.
대한병원협회는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이 있는데도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 내부 설치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병원계는 수술실 내부가 아닌 출입구 CCTV 설치, 수술실 출입기준 대폭 강화,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료기관 명단 공개 등의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등을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CCTV 설치 예외 요건 중 일부 조항은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할 우려가 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지난 19일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의료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속해서 주장해온 법안이기도 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큰 문턱을 넘었다”며 “국가의 제1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진 자율에 맡기자’고 했지만 수술실 의료 행위는 단 한 번의 사고로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 심의·의결은 대리수술 논란 등으로 2015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6년여 만이다.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지 2년 유예 기간을 둬 의료계와 정부가 준비할 시간을 마련했다. 복지위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국민권익위원회가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참여자 1만3959명 중 약 98%에 달하는 1만3667명이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찬성했다. 찬성하는 이유에는 ▲의료사고 입증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 권리 ▲의료진 간 폭언·폭행 예방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