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환자의 후회 "흔한 위염이 아니었어요"
"건강검진에서 위축성 위염 진단을 받았는데,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너무 일에 쫓겨 제 몸을 돌보지 못했어요. 위 점막이 염증으로 얇아졌다고 했는데, 저녁 회식 위주의 영업 활동을 하면서 병이 악화된 것 같습니다."(37세 남성 위암 환자)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중노년층 뿐 아니라 젊은 위암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위암 예방법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짠 음식, 부패한 음식, 가공된 햄 소시지 등 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음식, 불에 탄 음식은 어릴 때부터 삼가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흡연자가 위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3-4배나 된다. 위암 예방에 금연이 필수인 이유다. 담배연기 속의 무수한 발암물질과 독성 화학물질들이 흡연 시 위로 들어가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었다면 이를 치료해야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 등 위암의 전 단계 병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병들을 진단받고 방치하면 위암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의사와 상의해 1-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와 함께 상태를 관찰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은 만성 위염의 흔한 형태로, 위의 표면이 잦은 염증으로 얇아져 혈관 모양이 자세히 관찰될 정도로 악화된 병이다. 대부분 내시경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증상이나 소화 장애를 유발하지 않아 무심코 넘기는 사람도 있다.
위축성 위염 환자가 위암 발생 위험이 높은 이유는 위산이 정상보다 적게 분비되어 세균이 증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위 속에는 위산이 분비되어 세균이 증식하지 못한다. 위 속의 세균은 음식 속의 질산염을 발암 촉진 인자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위축성 위염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 정상인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도가 6배나 증가한다는 점이다. 위 점막이 소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이 같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위암 발생 위험도는 10-20배로 커진다.
국립암센터 박사는 세포주 실험, 동물실험 및 환자 조직을 통해 장상피화생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CDX1가 상피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2년마다 검진을 하는 경우에는 내시경적 치료를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에서 위암 검진은 만 40세 이상은 2년마다 내시경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기 위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위암이 진행되면 상복부의 불쾌감이나 팽만감, 통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도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진다면 암을 의심해야 하는데, 위암도 마찬가지다.
위암 환자의 남녀 성비는 2대 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남자가 1만9545건으로 남성 암 중 1위를 차지했다. 여자는 9662건으로 여성의 암 중 4위였다(2017년 중앙암등록본부). 우리나라에서 남녀간 식생활 차이가 별로 없는데도 남자의 위암 발생이 여자의 2배가량 되는 것은 남성의 흡연율이 여성보다 높다는 사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또 탄 음식, 짠 음식이 많은 남성의 회식 문화도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해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식생활을 조심하고 장상피화생 등 암의 전 단계 병을 특별 관리해야 한다. 유전성도 살펴야 한다.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2배 높다. 찌개를 같이 떠먹는 등 식생활을 공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0-30대 젊은 사람도 위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하는 게 좋다. 젊은 위암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은 건강을 자신하다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암은 이제 중노년층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중년 이상은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에서 위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젊은 층은 아직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20-30대부터 자신의 몸을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암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