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살인까지…2019년에만 기후변화로 169만 명 숨져
1980년과 2016년 사이에 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74% 증가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극심한 추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1990년 이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의학 저널 랜싯은 사설을 통해 미국 워싱턴대 보건측정연구소의 이 같은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지구온난화가 건강상의 위협을 초래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CNN도 그동안 기온 관련 사망 통계가 더위나 추위가 직접적으로 작용한 경우만 반영했는데 이번 연구는 기온이 간접적으로 작용한 경우까지 포괄한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20일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만 600명 이상이 극심한 더위로 숨진다. 올해 미국 서부에서 역사적인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이와 같은 통계는 사망진단서에 더위와 관련된 언급이 포함된 경우를 포함한다.
반면 워싱턴대 연구진은 1980년~2016년 9개국에서 기온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큰 6490만 명의 사망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의 연구결과를 끌어냈다. 연구진은 또 2019년 한 해 동안만 적어도 169만 명의 사망자가 극심한 기온변화로 숨진 것으로 분석했다. 극한의 더위와 관련된 사람은 약 35만6000명, 극한의 추위와 관련된 사람은 130여만 명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온상승은 최소 17가지 사망원인과 관련돼 있다. 대부분은 심장병과 호흡기 질환과 관련이 있지만 자살, 익사, 살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전 연구들은 극심한 기온에 노출되면 정신 건강 문제, 임산부 문제, 그리고 출산 결과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은 노약자, 만성질환자, 어린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캐트린 버크하트 박사는 “우리의 분석결과는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극심한 더위의 영향이 추위의 영향을 능가한다는 것”이라며 “고온에 노출될 위험이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에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의 환경역학자인 타릭 벤마스니아 교수는 “더위는 허리케인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교묘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눈치 채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천연자원방어위원회의 기후 및 보건 담당 과학자 비제이 리마예는 이번 연구 결과를 지구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더워지고 있다는 지난주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를 결합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심장과 폐 질환을 넘어서 다양한 외부적 원인과 결합해 건강위험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후변화를 건강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서 관련 대책을 수립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