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아토피 피부염에 비타민D 크림?
[전의혁의 비타민D 이야기] 건선과 비타민D
매년 8월은 미국 국립건선재단(NPF.National Psoriasis Foundation)이 사람들에게 건선을 알리고 예방, 치료법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만든 ‘건선 행동의 달(Psoriasis Action Month)’이다.
건선(乾癬)은 일반적으로 무릎, 팔꿈치, 몸통, 두피 등에 비늘이 덮인 붉은 반점이 주기적으로 부어 오르며 견딜 수 없이 가려운 것이 특징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장기간에 걸쳐 증세의 호전과 악화가 되풀이하면서 환자와 가족을 애 태우는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만성화되기 쉽다. 피부의 한 유형으로 수분이 부족한 건성 피부와는 전혀 다른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국내 건선 환자는 약 16만 명이고, 이 가운데 피부의 10% 이상이 건선인 중증 환자는 3만 명에 이른다.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며 10대, 30대 순이다.
건선은 만성질환이므로 자연적 완치가 사실상 어렵다. 올바른 치료법과 생활요법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건선 치료 및 관리에 오래전부터 비타민D가 사용돼 왔다.
비타민D 결핍은 건선, 습진, 아토피 피부염 등 기타 피부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돼 왔다. 이러한 이유로 199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건선의 효과적인 치료제로 국소 비타민D 제제를 처음 승인했다.
2018년 이탈리아의 연구진은 “건선 환자는 건강한 대조군 환자에 비해서 비타민D 수치가 낮았으며 가장 오랜 동안 증세가 가장 심각했던 환자가 비타민D 수치가 가장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메디신(Medicine)》지에 발표하였다.
2019년 미국 오하이오 라이트 주립대 의대 연구진은 장기간 입원한 환자에게서 하루 5000~50,000IU의 고용량 비타민D를 투여한 결과를 《스테로이드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저널(The Journal of Steroid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명의 건선 환자에게 하루 2만~5만IU의 용량을 투여했더니 모두 3~4개월에 증세가 뚜렷이 개선됐고 고용량 비타민D 보충제로 인한 부작용은 없었다.
비타민D 보충은 먹는 약 또는 주사 뿐 아니라 로션, 젤, 크림 등을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비타민D 크림을 사용해 왔다. 아내의 심한 두드러기, 지인의 아토피 피부염 등 여러 피부 질환에 좋은 효과를 경험해보았다.
2014년 캐나다 앨버타 의대 연구진은 국소 비타민D제의 건선을 비롯한 피부병 치료 효과에 관한 논문 165개를 검토한 결과를 《사지 저널(SAGE Journals)》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피부에 직접 바르는 국소 비타민D 제제(다른 요법과 함께 사용하거나 단독으로 사용)가 백반증, 선천성 어린선(congenital ichthyosis), 층상 어린선(lamellar ichthyoses), 수포성 어린선(bullous ichthyosis), 국소 피부 경화증(morphea), 백색 비강진(pityriasis alba), 결절 소양증(prurigo nodularis), 다형광발진(polymorphous light eruption) 등의 피부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비타민D 크림이나 젤 제품이 없을까? 올해 초 필자는 직접 크림을 제작 공급할 가능성을 알아보려고 식품의악품안전처에 문의했더니 국내에서는 크림, 로션, 젤 등에 비타민D 원료가 금지 원료라는 통보를 받았다. 제약회사가 복잡한 절차를 거쳐 약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국내에서는 비타민D 크림이나 로션으로 만들 수 없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해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D 크림이 판매돼 많은 피부 질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인터넷에는 ‘직구 상품’을 소개하는 곳들이 수두룩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