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메달보다 더 중요했던 것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85호 (2021-08-09일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미친 사람들'의 행복
어제 밤 도쿄 올림픽이 17일 동안의 여정에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와 방사선 때문에 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서 개막했습니다. 각국 언론들을 둘러보니 대체로 인류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선 국내 일부 방송국의 방송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가 됐지요? 인류의 화합과 도전에 방점을 두는 올림픽 정신보다 애초부터 국가의 성적과 흥미 위주로 중계를 준비했기에 발생한 사고라고 할까요?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오히려 시민이 언론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승패보다 도전에 의미를 부여했고, 열심히 노력한 국내외 선수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올림픽 강령은 ‘올림픽에선 이기는 것보다 참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승리 자체보다 전력을 다하는 과정에 있는 것처럼. 본질적인 것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림픽에서는 단지 승리만 중시하는 ‘게임스맨십(Gamesmanship)’보다 스포츠맨십을 더 중시하지요.
올림픽은 국가별 순위도 절대적으로 따지지 않고, 개인과 팀의 노력을 더 중시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지난번 올림픽 국가 순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리고 올림픽 메달 순위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나 국민을 훌륭하다고 존중하나요? 상징적으로, 올림픽 이름에도 국가를 쓰지 않습니다. 월드컵은 브라질월드컵, 한일월드컵 등과 같이 나라의 이름이 들어가지만 올림픽은 리우올림픽, 도쿄올림픽처럼 도시의 이름이 들어가죠.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사람들은 메달 수상자 못지않게 한계를 이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예선 통과도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을 떨치고 4강까지 분투한 여자배구팀, 수영의 황선우, 근대5종 경기에서 전웅태(동메달)에 이어 4위를 차지한 정진화와 김세희(11위), 높이뛰기의 우상혁, 다이빙의 우하람, 속사권총의 한대윤 등은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줬습니다.
저는 그저께 여자 마라톤 경기도 뭉클했습니다. 최경선은 결승선 600m를 앞두고 근육경련과 탈수증세로 쓰러졌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녀가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5㎞ 지점에서 동료선수의 발에 넘어져 입술이 터지고 치아가 부러졌지만 지혈하고 다시 달린 그 모습이 오버랩 돼서….
넘어졌다 일어나 달린 선수 가운데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은 이번 올림픽 MVP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그는 2일 오전 1500m 예선 2조 경기에서 넘어졌다 일어나 20m 앞선 선두권을 추월해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한 뒤, 오후에 5000m를 뛰어 14분36초7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4일 1500m 준결선을 거쳐 이틀 뒤 같은 종목 결선에서 동메달을 받더니 6일 1만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나흘 동안 각각 성격이 전혀 다른 레이스 6차례를 펼치며 2만4500m를 달려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건 것입니다.
그녀는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으로 15세에 네덜란드로 망명한 난민 출신입니다. 수용소에서도 힘들면 뛰었고,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면서 육상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왜 난민의 길을 택했는지에 대해선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얘기해줄 수 없다며 노코멘트이지만, 2013년 네덜란드 시민권을 얻고 2015년 세계육상선수권 1500m에서 3위를 하면서 떠오릅니다. 이듬해 리우올림픽 1500m에서 5위에 그치지만, 2019년 미국에서 마련된 ‘나이키 오레곤 프로젝트’에 합류해 실력을 쑥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2019년 도하세계육상선수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1500m와 1만m에 동시 우승합니다. 1500m는 스피드가 핵심이고, 1만m는 지구력이 중요하기에 서로 다른 종목에서 우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하산은 도쿄올림픽에서 1500, 5000, 1만m 세 종목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내가 미쳤다고 한다. 그러나 믿어 달라. 사실 나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의 날씨가 조금만 덜 더웠다면, 종목별 준결선이 없었다면 어쩌면 하산이 3관왕을 차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산은 1만m 결승선을 통과하고 쓰러져 얼음찜질을 받으며 체온을 식히면서 “내가 미쳤다. 내 결정을 후회한다. 당분간은 10m도 뛰지 않겠다. 이제 긴장을 풀고 커피 한 잔 하고 푹 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스포츠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삶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올림픽에서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을 보면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란 말이 떠오릅니다. 즐겁게 미친 사람을 “미쳤다”고 비웃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느낍니다. 스포츠뿐 아니라 곳곳에서 미친 사람이 최고의 결과를 내지 못해도 박수를 받는 문화가 번졌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미쳤는가요, 정말 미친 듯 자신을 이기며 즐기고 있나요?
[핫 닥터] 아이 키우는 심정으로 알레르기 치료
이번 주 핫 닥터는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44)입니다. 김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음식알레르기 등의 아기를 치료하면서 환자 어머니들로부터 “부모 마음 치료까지 함께 해주는 의사”로 칭송받는 의사입니다.
김 교수는 두 아이를 조산(早産)으로 출산하면서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으로 가슴 졸였기 때문에 더욱 더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오늘 주제와도 어울리는 노래이죠? 1963년 오늘(8월 9일) 태어난 고(故) 휘트니 휴스턴의 ‘One Moment in Time’입니다. 88올림픽을 배경으로 만든 공식 비디오가 인상적입니다. 둘째 곡은 1975년 세상을 떠난, 러시아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제2번’을 앙드레 류가 지휘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