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것은 죄가 없다…문제는 '이것'
비만은 건강의 적이라는 통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비만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의 경우 신진대사 능력만 좋다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을 뜻하는 MHO(metabolically healthy obesity)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의학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7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체중이 130g 나가는 뚱뚱이 생쥐에 대한 연구로 뚱뚱해도 건강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생쥐의 부모 중 한쪽은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되지 않게 하고 다른 한쪽은 내장지방을 연소시키는 아디포넥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도록 조작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해 뚱뚱해 지지만 렙틴이 결핍된 다른 쥐들과 달리 건강한 콜레스테롤과 혈당수치를 보였다. 체중을 감당 못해 균형을 잃고 뒤집어질 경우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해 탈수 증세로 죽는 경우는 많았지만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걸려 죽은 경우는 드물었다. 이 실험을 이끈 필립 셔러 박사는 “지방은 우리의 친구”라며 비만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마른체형도 내장지방 많으면, 당뇨·지방간↑
등과 팔, 허리 같은 피부 아래 피하지방이 많아도 건강한 경우가 있는 반면 마른 체형이라도 복부 깊숙한 곳의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이 당뇨와 지방간 같은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셔러 박사의 비만 생쥐들은 그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이들 뚱뚱이 쥐들의 지방은 근육이나 내장이 아니라 아닌 피하 지방 형태로 저장돼 있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내분비학자 버나드 진만에 따르면 간, 췌장, 근육에 축적된 지방은 염증성 분자를 분비하는 반면 피하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근육과 뼈를 보호하는 쿠션의 역할을 한다. 실제 2005년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공동연구는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낮음을 보여줬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 영양비만연구센터의 사무엘 클라인 소장은 2016년부터 건강한 비만(MHO)에 대한 인체실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올해 신진대사가 건강한 그룹보다 신진대사에 좋지 않은 그룹의 지방에서 건강한 피하지방으로 전환을 방해하는 섬유조직이 더 많이 생산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클라인 소장에 따르면 체중이 정상인 사람 중 75%, 비만인 사람 중 32%는 신진대사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섭식 장애 전문가인 신시아 뷸릭도 “유전적으로 비만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의 경우 심장이 튼튼한 경우가 많다”면서 “신진대사의 문제만 없다면 덩치가 큰 것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의 비만연구자들은 단순히 눈에 잘 띤다는 이유만으로 비만을 건강의 적신호로 간주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체질량지수(BMI)나 엉덩이 대비 허리 사이즈 같은 비만도 측정치 보다는 혈중 트리글리세리드(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지방산) 농도 같은 대사기능 측정치나 혈압 같은 심혈관 측정치를 중시해야 하다는 것.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공공보건대학장인 데이비드 앨리슨 교수는 “우리가 방에 들어가서 악수를 하면, 당신은 내 체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나 간에 지방이 얼마나 있는지를 못 본다”며 이를 지지했다.
이들 연구자들은 비만 치료를 할 때도 체중감소 못지않게 신진대사 기능의 개선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클라인 소장은 “체중 3%를 감량하면서 신진대사 기능까지 개선하는 것과 신진대사 기능은 그대로인데 체중만 8% 감량하는 비만 치료가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사회적 압박감 때문에 날씬해지기만 하는 후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