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의 건강 여름나기...냉면보다는 콩국수!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기상청 기록에 따르면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6월 1일부터 7월 27일까지 무려 13일. 이미 평년의 6~8월 기록인 12.5일을 뛰어넘는 수치다. 아직도 8월 한 달이 남은 걸 생각하면 올해 여름이 정말 힘든 여름인 건 확실하다. 누구에게나 힘든 여름이지만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더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그 중에서 고혈압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 처방받은 혈압약을 마음대로 조절하지 않기
혈관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전신으로 혈액을 전달한다. 그런데 여름철에 날씨가 더워지면 혈관이 확장되어 정상 혈압을 유지하던 사람도 혈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혈압이 낮아지면 혈액의 흐름 변화로 여름철에 앉았다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 치료는 주로 혈관 이완을 돕는 약물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암로디핀 등의 칼슘 채널 차단제는 직접적으로 혈관 벽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높은 혈압을 정상 범위로 낮춘다. 이때 혈압약은 계절과 상관없이 평소 환자의 건강 상태에 맞춰 처방된다.
만일 고혈압 환자가 무더운 날씨에 장시간 외부활동을 하면 평소보다 지나치게 혈관이 확장되며 일시적인 저혈압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럴 때 임의로 복용하던 혈압약의 용량을 낮추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혈관이 손상될 수 있다. 유독 여름철에 기운이 빠지고 어지러운 증상 등을 자주 경험하는 고혈압 환자라면 병원에서 상태를 체크한 후 약의 용량 조절이나 여름철 주의사항 등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 강한 양념이 많은 시원한 국물은 조금씩 섭취하기
고혈압 환자 식습관 관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것은 ‘나트륨(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혈액 중에 나트륨의 양이 늘어나면 삼투압 원리로 혈액의 수분 함유량도 늘어나 전신을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증가한다. 그러면 혈관이 받는 혈액의 힘, 즉 혈압이 상승한다. 혈압 치료에 쓰이는 소량의 이뇨제 또한 신장에서 나트륨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배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소변으로 수분이 함께 빠져나가 전신의 혈액량을 조절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춘다. 참고로 이뇨제는 주로 혈관 수축을 조절하는 약물과 복합된 형태로 많이 쓰이며, 약 이름에 대부분 ‘플러스’ 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이런 약은 복용 1~2주 안에 소변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나 한 달 정도면 대부분 우리 몸이 적응하여 정상으로 회복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트륨은 혈압 외에도 다양한 만성질환에 영향을 주는 영양소로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도 유일하게 나트륨만 ‘만성질환 위험감소 섭취량’이 설정됐다. ‘만성질환 위험감소 섭취량’이란 건강한 인구집단에서 만성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영양소의 최저 섭취량을 의미한다. 나트륨의 경우 많이 섭취하면 몸에 나쁜 영향을 주니 제시된 기준 이하로 섭취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2020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 나트륨 일일 섭취량은 3,274mg이다. 그리고 나트륨의 ‘만성질환 위험감소 섭취량’은 만 19~64세 2,300mg, 만 65~74세 2,100mg, 만 75세 이상은 1,700mg이다. 나이가 들면 혈관의 수축과 이완 능력이 감소해 자연스럽게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기준량을 더 낮춘 것이다.
여름철에는 물냉면, 비빔냉면, 열무냉면, 코다리냉면 등 각종 냉면과 콩국수 등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는 음식 섭취가 늘어난다.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콩국수는 국물까지 다 먹어도 1인분 기준 나트륨이 532mg으로 낮지만 열무냉면은 3152mg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냉면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여름이 지나가는 게 매우 아쉬울 수 있지만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시원한 국물의 섭취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식당에서 먹는 것은 정확한 나트륨 양을 체크하기 어렵지만 가정간편식 냉면은 제품의 포장지에서 1인분에 함유된 나트륨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냉면 마니아 고혈압 환자라면 냉면의 면 섭취는 조금 늘릴지라도 국물 섭취는 조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