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폭염인데 백신을 직접 가져가라니..."

화이자 백신이 백신 수송차량을 통해 중앙·권역예방접종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백신 물량 일부를 의료기관이 직접 관할 보건소에서 수령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의료계가 반발에 나섰다.

코로나19 백신은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체인이 운반 필수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도계, 냉매제 등의 장비를 잘 갖춘 상태에서 엄격한 관리 하에 운송돼야 한다.

각 의료기관이 이처럼 엄격한 운송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이번 배송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는 와중에 운반과정에서 백신 온도가 이탈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높다"며 "운송 상의 관리 미비로 인한 폐기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의료기관에서 사용불가 백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투여한다면 접종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그 책임을 애꿎은 의료기관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한 백신 배송 관리가 중요한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배송 스케줄을 단축하기 위해 보건소 일괄배송 후 의료기관이 수령하는 배송 체계를 임시적으로 선택했다.

백신 수급이 지연된 만큼 배송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이 과연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료계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보다는 냉장설비를 잘 갖춘 백신 배송업체를 통해 각 의료기관에 백신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흡한 배송 과정으로 백신 폐기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배송방식은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신 물량 공급은 정부의 책임 하에 이뤄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공급 지연을 배송 기간 단축으로 만회하려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자칫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도 있다.

의료계는 '백신 배송관리는 국가, 접종은 의료기관'이 하는 각자 본연의 역할에 맞는 방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연말쯤이면 국민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신속한 접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안전한 접종이다. 안전한 접종을 위해서는 엄격하고 철저한 배송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의료계는 감염 위험과 누적된 피로를 극복하며 예방 접종에 신경 쓰는 의료진들을 배려하고 안전성에 초점을 둔 세심한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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