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보 20개 바이러스…합동수사팀 결성되나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20개 전염병을 겨냥해 매년 수십 억 달러가 투입될 선제적 백신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에볼라, 지카, 니파, 라사열 같은 전염병의 시제품 백신(prototype vaccine)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에피데믹(1개 대륙에 퍼진 유행병)에 머물렀지만 언제든 팬데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전염병 20개를 선정해 바이러스의 분자구조를 밝혀내고 항체가 어디를 공격하면 될지, 또 그러한 항체 형성이 어떻게 하면 이뤄질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파우치 박사는 “한 해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될 것이며 첫 수확에 5년은 걸릴 것”이라면서 백악관과 논의 중인 이 프로젝트의 예산이 마련되면 “2022년부터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수확은 20개 바이러스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개에 대한 백신 생산을 의미한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장도 이 프로젝트의 추진은 “불가피하다”면서 예산 확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코로나19 전염병의 종식이 가까워졌다고 다시 안일한 태도로 돌아가선 안 된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바니 그레이엄 NIAID 산하 백신연구센터 부센터장. 지난 2017년 2월 내부 비공개 회의에서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치쿤구니야, 2013년 메르스,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 등의 유행병이 악화되면 뒤늦게 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악순환을 막자며 제안했던 것. 이중 에볼라 백신만이 유일하게 개발됐으나 그나마 다른 에볼라 변종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던 이 제안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존 마스콜라 백신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미 “바이러스 20종 각각의 구조와 취약성을 정리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민간 제약사들과 시제품 백신의 신속 생산을 위한 공동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파우치 소장은 전했다. 최대 장애물은 예산 확보다. 올 한해 NIAID의 예산은 60억 달러 규모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신속한 백신개발은 운이 좋은 경우라고 강조했다. 사스와 메르스 등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병한 유행병 덕에 그 유전자 구조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초 정보가 발 빠르게 제공됐기 때문이다. 파우치 박사는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이러한 선행 연구와 시제품 개발이 이뤄진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악몽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