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배고픔의 상관관계, 왜 자꾸 배고플까?
외로움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모두 해치는 해로운 감정이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고혈압, 인지기능 감퇴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배고픔을 촉발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심리학 및 뇌과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외로운 감정에 빠지면 평소보다 심한 공복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비만 위험률이 증가하고 체중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만성질환의 위험률 역시 높아진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이 53세인 여성 42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여성들에게는 실험실에 도착하기 전 12시간동안 단식을 하도록 했다.
실험실에 도착한 이후에는 달걀, 칠면조 소시지, 비스킷, 그레이비소스 등이 포함된 총 930칼로리의 식사를 하도록 했다. 또 식사하기 전과 식사 후 7시간동안 배고픔의 정도를 수치화해 기록했다.
실험참가자들의 고독 수치는 이번 실험을 진행하기 5개월 전부터 측정해왔다. 또 공복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그렐린의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식사 전과 식사 후 2시간, 식사 후 3시간 총 세 번에 걸쳐 피검사를 했다. 그렐린은 배고픔과 연관이 있는 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식욕이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체질량지수 기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들 중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답한 여성들이 그렐린 수치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설문을 통해서도 배고픔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의 선행 연구결과와 유사하다. ‘정신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저널’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대인관계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여성들은 그렐린 수치가 높고, 렙틴 수치는 낮은 경향이 있다. 렙틴은 그렐린과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그렇다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왜 유독 배고픔을 많이 느끼는 걸까. 연구팀은 이를 진화론적 잔존물로 보고 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활동의 일종으로 식사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친목을 도모해왔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인 유대관계가 단절되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식사가 유대관계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단 건강한 체중이 아닌 과체중 여성들에게는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구팀의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밝히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호르몬과 행동(Hormones and Behavior)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