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상’엔 얼음찜질? 염증 생기게 그냥 둬라
최근 야외활동이 늘면서 타박상을 입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운동 중 맞거나 부딪혀 부상을 입은 부위는 붓기를 빼기 위해 얼음찜질을 하게 된다. 이런 얼음찜질은 효과가 있을까?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5년 실험생물학 연례회의(Experimental Biology Meeting)’에서 호주 연구팀이 "상처 부위의 얼음찜질이 오히려 치유과정을 지연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타박상을 입은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고 연고를 발라야 한다는 기존 치료법을 반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교 연구팀은 근육이 충격을 받는 타박상을 입었을 때 얼음찜질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얼음찜질이 새로운 혈관을 형성하고 근육을 재생시키는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본 것이다.
이번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쥐들의 넓적다리에 부상을 입혔다. 원통형 추를 쥐의 다리 부분에 떨어뜨려 대퇴이두근이 타박상을 입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5분씩 총 4번 얼음찜질을 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찜질을 해주지 않았다.
그 결과, 얼음찜질을 받은 그룹이 오히려 치유가 지연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조나단 피크 연구원은 “근육 타박상을 입은 뒤 즉시 얼음찜질을 하는 것은 염증이 생기는 것을 지연시킨다”며 “새로운 혈관과 근섬유가 형성되는 것을 늦춰 최초부상을 입은 뒤 4주 후에야 낫는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으면 상처가 더 빨리 치유될 것 같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염증은 근육 부상을 치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피크 연구원은 “염증 과정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라며 “얼음찜질보다는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도록 나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쥐를 대상으로 진행하긴 했지만 사람 역시 타박상을 입었을 때 얼음찜질하는 습관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증과정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문제인 만큼 항염증제를 사용하는 것 역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크 연구원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는 타박상을 치유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며 “오히려 자연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부딪히거나 맞아서 생긴 타박상과 달리, 발을 삐끗해서 생긴 발목인대처럼 인대가 다쳤을 때는 얼음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또 부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 타박상이 아니라면 병원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